소록도 한센인들의 역사 ‘생생한 증언’… 2016년 개원 100주년 앞두고 구술사료집 ‘또 하나의…’ 펴내
입력 2012-03-01 19:34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의 역사를 기록한 구술사료집(사진)이 발간됐다.
국립소록도병원은 2016년 역사적인 개원 100년을 앞두고 소록도의 지난 아픈 역사와 함께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담은 ‘또 하나의 고향 우리들의 풍경’ 1집을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구술사료집은 지난해 7월 ㈔한국현대사회연구소 정근식 책임연구원을 중심으로 6개월 동안 만들어졌다. 소록도에서 40년 이상 거주한 한센인 입원환자 19명과 평균 23년 이상 이 병원에서 근무하고 퇴임한 직원 7명 등 총 26명의 구술이 수록됐다.
구술사료집에는 일본 정부에 의해 1916년 이 병원이 설립된 이후 소록도의 한센인들이 일제강점기 때 겪었던 참혹한 강제노역과 희생 사실이 담겨 있다. 또 해방 직후 혼란 속에서 입었던 커다란 상처는 물론 각종 고초와 비운의 세월을 보낸 내용도 있다. 일반사회의 편견과 오해 속에 한센병 환자들로서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다.
병원 측은 구술기록을 CD로도 제작했다. 자기 역사를 지우고 망각한 채 살아온 한센인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로 삶을 말하고 있다. 세상 어디에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100년 세월의 소중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드디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원 측은 올해 진행되는 2차 구술집 제작에는 소록도에서 살다가 전국 91개 정착촌으로 나가 생활터전을 개척했거나, 사회로 복귀한 한센인들의 삶을 다룰 예정이다. 소록도의 과거 역사와 함께 자신의 삶을 기억하는 한센인들이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생을 마감하기 전에 그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2차 구술사료집에 낱낱이 담아낸다는 계획이다.
박형철 국립소록도병원장은 “구술집 발간으로 소록도 한센인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센인 인권 증진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록도병원은 2016년 개원 100주년을 앞두고 소록도 재조명을 위한 구술집 발간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고흥=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