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UEP 중단’ 합의 이후] ‘6자회담’ 재개 첫 관문은 넘었는데… 북·미 ‘빅딜’ 순항할까
입력 2012-03-01 18:44
미국과 북한이 3차 고위급 회담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대북 영양지원에 합의함에 따라 6자회담 재개가 강한 탄력을 받게 됐다.
합의 내용이 발표된 직후, 한·미는 “환영한다”(한국 외교부) “긍정적 신호다”(미국 백악관)라는 반응을 내놓으면서,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첫 단추를 꿴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임시’라는 전제조건이 붙긴 했지만, 북한이 합의한 UEP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은 6자회담을 재개시키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사전 조치들이다.
물론 서면 합의와 실제 이행이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지난 3년여 동안의 교착 상태를 감안한다면 일단 의미 있는 가시적 성과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6자회담 재개에 좋은 징조”라고 평가했다.
또 그동안의 대립적인 북·미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는 측면도 있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수석대표회담에서 북핵 신고 내용 검증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한 이후 3년 이상 열리지 못했다.
이번 합의와 함께 6자회담 당사국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6자회담 재개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환경요인이다.
하지만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적하듯이 ‘북한의 이행이 관건’이고 ‘북한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합의 발표 직후 전화회견에서 “6자회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핵심 이슈와 무관한 문제를 갖고 소모적 논쟁을 하는 과거의 대화방식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아직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가 남아있다”면서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는 이행순서(sequencing) 문제도 포함돼 있다. 큰 틀에서 합의는 했지만, 북·미가 UEP 가동중단, IAEA 사찰단 복귀, 대북 영양지원 등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구체적인 시점과 절차를 놓고 이견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영양지원이 제대로 필요한 곳에 도달하고 있느냐를 감시하는 수준을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느냐도 관건이다.
결국 북·미가 합의한 약속들이 단계적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되느냐가 6자회담 재개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미가 일단 대화의 물꼬를 텄고, 양측의 국내 정치적 요인들로 인해, 이 흐름을 가볍게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사 6자회담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어정쩡한 6자회담 지속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 시러큐스 대학의 국제관계대학원이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을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초청, 그의 방미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아직 비자 발급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상이 방미하게 되면 북·미가 간접적으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교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학원의 학장은 한반도 정책을 총괄했던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