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UEP 중단’ 합의 이후] 전문가 견해… 큰 틀서는 의미있는 진전, 구체적 시간표 없어 난항
입력 2012-03-01 18:45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미 3차 고위급회담 합의내용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 또는 ‘북한의 중요한 입장 변화’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세부 사항에 들어가면 많은 걸림돌이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겸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은 29일(현지시간)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활동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 등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과의 협상은 항상 나쁜 선택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라고 난항을 예고하면서 “북한이 언제 (UEP 활동과 핵·미사일 실험 중지를) 시작할 지, 언제 IAEA 사찰단을 복귀시킬 지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이뤄진 배경에 대해 “선거의 해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불안정을 원하지 않고, 북한 새 지도부도 리더십의 지속성과 함께 식량을 원하고 있다”면서 “양측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터 차는 6자회담 재개와 관련 “쉽지만은 않다. 천안함 사건과 같은 도발이 없을 것임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로 북한이 국제사회로 복귀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3차 회담 결과는 어떤 면에서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정이었고, 우리는 아직 김정은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IAEA 감시 속에서 핵 활동을 동결키로 한 합의는 북한의 중요한 입장 변화”라면서 “김정일 사망 후 불과 2개월 만에 합의가 나왔다는 점도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는 전략적 성과라기보다는 전술적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봤다. 클링너는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승리가 아니며, 길고 힘든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북한에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확실히 주장해야 하며, 가시적 성과가 있을 때까지 대북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