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우라늄 농축중단 발표, 일단 환영하지만

입력 2012-03-01 17:55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3차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이를 검증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를 수용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미국도 북한의 방침에 연동해 24만t 규모의 대북 식량을 제공하고 추가 지원을 위해 북측과 협의키로 했다. 한반도 평화 문제는 당분간 북·미 대화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2월 23일부터 이틀간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새 지도부 출범이 얼마 되지 않은데다 최근 대남 비방 강도가 전례 없이 높은 수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예상을 깨고 북한이 UEP 중단이라는 양보를 한 것은 전략적이라기보다는 전술적인 변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앞으로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북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아무런 모니터와 통제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영변의 핵활동 중지, 미사일 및 핵실험 유예, 핵 사찰관 복귀를 받아들인 북의 속내를 잘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식량지원만 받아내고 우리 정치에 개입하려는 북한의 술책일 수 있다는 대북 전문가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우리가 그동안 요구해온 비핵화 사전조치를 수용했다고 해서 6자회담이 쉽게 재개될 것으로 보는 것도 성급하다. 미국과 북한이 식량지원을 협의하고 북한과 IAEA가 UEP 중단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언제라도 관계가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6자 회담 재개에 이번 회담의 결과물을 지렛대로 삼는 고도의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합의는 대선을 앞두고 북한 도발을 억지하려는 미국과 대미 관계 개선으로 한국을 흔들려는 북한의 의도가 각각 작용해 나온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북·미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회담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국은 갑작스런 북·미 합의에 냉정을 잃지 말고 6자 회담 재개 등 후속 조치와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