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인물 소재로 한 다큐 영화 2편 개봉

입력 2012-03-01 18:01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2편이 나란히 개봉된다. 지난해 66세로 작고한 건축가 정기용씨의 삶과 예술세계를 그린 ‘말하는 건축가’가 오는 8일 개봉되고 시청각 중복 장애인 조영찬(41)씨와 척추장애인 김순호(49)씨 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달팽이의 별’이 22일 선보인다.

‘말하는 건축가’는 건축계에서는 아웃사이더로 인식됐지만 자신이 설계할 건물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얘기에 귀 기울인 정기용의 건축 철학을 보여준다. ‘기적의 도서관’ ‘무주 공공 프로젝트’ 등을 남긴 그는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에도 끊임없이 작업에 몰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건강은 악화되고 영화 후반부에는 얼굴과 몸이 앙상해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안타깝게 한다. 세상을 떠나기 전 햇볕을 쬐며 그가 남긴 한마디 말이 울림으로 다가온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양이를 부탁해’(2001)로 충무로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정재은 감독이 ‘태풍태양’(2005)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작품이다.

‘달팽이의 별’은 잘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남편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아내의 달팽이처럼 느린 소통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남편은 어둠과 적막으로 고립된 자신을 무중력 속에 놓인 우주인에 비유한다. 아내는 그런 남편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위로한다. 자신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독립PD로 활동하던 이승준 감독이 충남 천안에 사는 부부를 2년 동안 촬영했다. 일반 상영과 함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인을 위해 음성해설과 자막을 넣는 방식) 버전으로 개봉한다. 산울림의 김창완이 음성해설을 맡았다.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대상작.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