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밀계좌에 감춘 한국인 ‘검은돈’ 찾아낸다… 양국 조세조약 개정안 완료

입력 2012-03-01 20:18

국세청이 스위스 비밀계좌에 숨겨둔 한국인들의 돈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역외탈세 조사의 새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6월 국회에 제출된 한·스위스 조세조약 개정안이 국회 비준동의를 완료해 스위스 내 금융정보를 포함한 조세정보 교환이 가능해졌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검은돈의 전용 창구로 활용된 스위스 은행들에 예치된 국내 인사들의 비자금 및 탈세 자금 등을 추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국세청은 대기업 및 부유층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의심 자금이 스위스 계좌로 흘러들어 간 정황을 포착하고도 법적 근거가 없어 관련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왔다. 국세청은 지난해 스위스 비밀계좌에 예치됐다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최대 1조원가량의 음성자금을 추적하려 했으나 한·스위스 조세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이를 포기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4000억원대 세금 추징 조치를 당한 시도상선 권혁 회장도 스위스에 계좌를 뒀던 것으로 알려져 그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스위스 의회는 7월 중에 비준안을 처리할 예정이어서 양국간 조세조약 개정안의 발효는 그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스위스로 건너간 것으로 의심된 모든 자금에 대해 조사하지는 못한다. 이번 조세조약 개정안은 지난해 1월 1일 이후 거래된 자금의 과세관련 정보만을 교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문만 무성했던 과거 정권의 비자금 향방이나 2011년 이전에 스위스 은행을 통해 거래된 대기업 등의 불법유출 자금을 들여다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정안에 따라 거래인의 이름과 거래은행을 명시해야 스위스 내 한국인들의 과세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최근의 국제동향을 보면 이런 조건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스위스 자금과 관련된 정보 활용의 유용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