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3·1절 기념사 “日 위안부 문제 빨리 해결하라”… “진실 외면 않는 것이 용기”
입력 2012-03-01 18:46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일본 정부를 향해 군대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양국이 진정한 동반자로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며 “군대 위안부 문제만큼은 여러 현안 중에서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인도적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평생 마음에 아픈 상처를 갖고 살아온 할머니들은 이제 80대 후반을 훌쩍 넘겼다”면서 “이분들이 마음에 품은 한을 살아생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영원히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것이 내가 일본 정부에게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공식 제기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해결을 재차 촉구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3·1절과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3·1절에도 이 대통령은 일본에 과거사에 대한 솔직한 시인을 주문했지만 위안부 문제와 같은 구체적인 과오를 지적하며 직접적 사과나 반성을 촉구하지는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위안부 문제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어물쩍 넘어가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임기 내 마지막 3·1절 기념사에서 이전 네 차례 3·1절 기념사와 달리 대북 메시지를 전혀 담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서한과 선물을 보내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여러분께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이 한·일 간 다른 어떤 외교 현안보다도 시급하다”면서 “할머니들께서 보여주신 용기에 다시 한번 높은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선물은 고령 여성들이 선호하는 국산 화장품과 꿀 세트 등으로 구성됐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