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 탈락자 무소속 출마 현실화?] 안상수 “불공정 탈락땐 출마”

여야가 4·11 총선 공천자 잡음에 휘말리면서 낙천자들이 틈새를 노린 무소속 연대를 꾀하고 있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으로 아직은 모색 단계에 불과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에서 14석을 얻어 돌풍을 일으켰던 ‘친박연대’를 롤모델로 거론하는 얘기들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더욱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중진급 인사들이 앞장서는 형국이어서 이들의 무소속 행보가 총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안상수 전 대표가 1일 “(20∼30명보다는) 훨씬 많은 인사들이 새누리당 공천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경우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지역(경기 과천·의왕)이 전략지역에 선정된 것에 반발, 경선을 보장하지 않고 공천을 탈락시킬 경우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누군가 안상수 죽이기에 개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이 ‘전국적으로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한번 해봐라’고 원한다면 그러한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아직 중앙당에 대한 엄포성이지만 친이명박계의 대표적 인사이자 이상돈 김종인 비대위원 등으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공천 탈락설이 나도는 친이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이미 공천에서 탈락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무소속 연대를 탐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날 “불공정 경선이나 낙하산 공천이 이뤄지면 중대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뒤를 이어 안 전 대표가 맞장구를 친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 10여명은 벌써 무소속 채비를 하고 있다. 경기 지역에선 여주 출신 이범관 의원이 이날 선거구획정에서 여주가 정병국 의원 지역구인 양평·가평과 합구된 것에 반발해 출마를 포기하고 거취를 고민 중이고 박주원 전 안산시장(안산 단원갑), 최고병 전 구리시의회 의장(구리·남양주), 박윤국 전 포천시장(포천·연천)도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선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장관(포항 남·울릉), 양영모 전 대구시의회의원(대구북갑), 윤진 전 서구청장(대구서구), 도이환 전 대구시의회의장(달서갑)이 무소속 연대를 저울질하고 있다. 야풍(野風)이 거센 부산도 한 중진의원을 비롯한 전·현직 의원들이 공천 탈락 시 무소속 출마를 벼르고 있고 한 지역신문이 지난달 24∼26일 예비후보 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33%가 낙천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친이계 중심의 무소속 연대가 급부상하는 것은 중도보수 정당을 지향한 국민생각이나 자유선진당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8년 총선 당시 친박연대가 ‘박근혜 마케팅’으로 성공했던 것과는 달리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 마케팅’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만만치 않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