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UEP 중단’ 합의 이후] 남북관계 훈풍? 통미봉남 재연?
입력 2012-03-01 18:44
이번 북·미 합의가 경색국면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회복하는 데 일단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6자회담 틀 안에서 남북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6자회담에서는 한국 역할도 크기 때문에 (회담이 열린다면) 북한도 남한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정부가 이를 통해 대북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6자회담의 전제로 대남관계 개선을 꾸준히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25일 “베이징 접촉에서 북측에 남북관계 개선 없이 근본적인 북·미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대북 강경 기조를 버리지 않는 가운데 미국이 먼저 대북 빗장을 풀게 됨에 따라 북한의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마땅찮게 여기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 지도부가 우리를 배제한 채 대미관계 회복에만 주력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 복원과 민간·인도적 교류를 분리한다는 기존 ‘투트랙 전략’을 포기할지, 말지를 놓고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북·미관계 복원의 밑그림이 다 그려진 마당에 우리 정부만 ‘선(先)사과, 후(後)대화’ 원칙을 무조건 고수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남한이 5·24 조치를 철회하든, 북한이 사과를 하든,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체적으로 다시 훑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