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공심위 지적 수용”… 강철규, 호남 물갈이 승부걸 듯
입력 2012-03-01 23:38
민주통합당 공천 작업이 중단된 지 이틀 만인 2일 재개될 예정이다. 당 지도부 간섭에 불만을 품고 29일 공천심사 중단을 선언했던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은 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오만함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그는 심사 재개 시점에 대해 “마음이 평안한 상태에서 심사해야지 불편한 상태에선 할 수 없다”며 “당이 겸허해지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의사표현이 있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심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직후 한명숙 대표와 오찬을 함께 했다. 한 대표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심위와 지도부가 갈등 봉합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강 위원장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공심위 지적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신경민 대변인이 전했다. 한 대표는 “더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밤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강 위원장의 문제제기에 공감을 표시했고, 이에 강 위원장은 2일 오후 공천심사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신 대변인이 말했다. 심사대상은 전북 7곳, 광주 4곳 등 11곳이다.
강 위원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지도부에게 뼈아픈 내용이다. 그는 “통합할 때만 해도 국민을 무겁게 생각하고,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발돋움하려는 의지를 보였는데 공천이 중반 이후로 가면서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았나 싶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국민은 딴전에 두고 각자의 이익이나 당선에 연연해 국민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그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국민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은 최근 들어 민주당이 오만해졌다는 당내외 비판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은 올 들어 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에 앞서면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가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자신하는 목소리를 냈다. 제1당은 당연하고 과반수도 가능하다는 말이 주요 당직자들 입에서 나오곤 했다. 그에 대한 역풍이 불어서인지 당 지지율이 다시 바뀌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형국이다.
강 위원장은 당에 이런 위기감을 조성함으로써 남은 공천에 전권을 갖고 쇄신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세 차례 발표된 지금까지의 공천 결과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역의원 물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데다 재판 중인 2명의 예비후보가 공천된 데 따른 것이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여당보다 공천혁신을 못했다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느냐”며 “남은 공천이 전체 공천 혁신을 좌우한다”고 공심위의 분발을 당부했다.
강 위원장은 “내가 심부름하러 온 게 아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었다. 기자회견과 한 대표와의 회동을 계기로 박지원 최고위원과 한광옥 상임고문 등 호남세력 및 동교동계 중진들의 반발을 돌파하는 ‘개혁 공천’에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강 위원장으로서는 텃밭인데도 심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호남지역 공천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대 관심은 현역의원 물갈이다. 물갈이 비율이 높을 경우 반발이 거셀 것이기 때문에 강 위원장이 이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