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라늄 농축중단·핵사찰 수용-美 식량지원 재개 ‘빅딜’

입력 2012-03-01 00:38

미국과 북한이 이른바 ‘빅딜’을 성사시켰다.

‘임시적’이라는 전제를 깔긴 했지만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가동 중단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과 대북 식량지원이라는 두 가지 큰 현안을 맞바꿨다. 북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서로 관망하고 탐색만 하던 수준에서 한걸음씩 다가선 것이다. 특히 양국이 동시에 발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서로 관계개선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의는 지난 연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전 북·미가 사실상 내부적으로 합의했던 수준보다 더 진전된 것이다. UEP 중단과 핵 사찰, 식량지원 외에 ‘동시에 신뢰성 있는 조치’ ‘문화·교육·체육 등 여러 분에서 인적 교류 확대 조치’ 등을 합의했기 때문이다. 또 발표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5만t으로 추산되는 옥수수 등 추가 식량 지원이 추가적으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 통치’에 따라 그가 이뤄놓았던 북·미 관계 개선조치 차원에서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9일 “양측이 대화와 협상의 방법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조·미 관계를 개선하며 비핵화를 실현해나가는 것이 상호이익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또 회담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했다.

미국도 북한의 의지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완전히 UEP 중단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향후 재가동에 대비해 연료를 주입하지 않는 ‘UEP 공회전’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설을 완전히 멈추지 않고 UEP를 일시 중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조처가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북한이 ‘결실있는 회담이 진행 동안’이라고 밝힌 것은 뒤집어 보면 북·미 회담 내용이 잘 진전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깨고 나올 수 있다는 자락을 깔아놓은 것이다. 또 미국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지원 식량의 분배 모니터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아직 확실치 않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자회담 재개 때에는 제재 해제와 경수로 문제를 우선 논의한다”고 말해 제재 해제와 경수로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큰 틀에서는 한걸음 진전된 합의를 보았지마, 구체적 실무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견이 나타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 국무부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이 성명 내용에 “영양지원에는 강력한 모니터링이 수반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우려를 염두한 것이다.

결국 이번 합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통치애 따른 북한의 대미관계 개선 의지와 선거의 해에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는 미국의 이해가 맞아 이뤄진 것으로 볼 수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