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으로 개설한 살인청부사이트가 부른 비극… 실제로 의뢰·착수금 들어오자 범행나서
입력 2012-02-29 20:07
2006년 미국, 앤 로렌 로이스턴의 사무실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자신을 청부살인업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당신이 사귀는 남자의 전 여자친구가 보내서 왔다”며 이메일로 받은 청부살인 의뢰서를 보여줬다. 거기에는 로이스턴의 머리에 총을 쏴 죽여 달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청부살인업자는 로이스턴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의뢰인에게 받기로 한 37만 달러를 지불하면 살려주겠다며 사흘간 여유를 준 것이다. 로이스턴은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고 연방수사국(FBI)이 나섰다. FBI는 수사 끝에 남자가 이집트계 미국인 에삼 아메드 에이드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체포에는 실패했다.
그 후 얼마 뒤, 아일랜드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동산업자 P. J 하워드의 아들에게 한 남자가 전화를 해, 어떤 사람이 13만 유로를 줄 테니 하워드와 아들 2명을 죽여 달라고 했다면서 10만 유로만 내면 살려주겠다고 말한 것.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범인을 체포했는데 붙잡힌 이가 바로 에이드였다.
FBI는 범인인 에이드의 집을 수색해 그가 개설한 살인청부 웹사이트(www.hitmanforhire.net)를 발견했다. 그러나 에이드는 전문 킬러가 아니었다. 장난 삼아 웹사이트를 개설했다가 정말로 의뢰와 착수금이 들어오자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범행에 나선 것이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상세히 전하며 살인을 청부하면서 돈을 보낸 사람들은 에이드의 허풍에 사기를 당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마크와 두 명의 청부인은 모두 6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