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0년 전 ‘아이스맨’도 동맥경화 앓았다… 게놈 해독, 라임병균 감염 드러나

입력 2012-02-29 19:32

5300년 전 살해된 뒤 알프스 산의 얼음 속에서 온전히 보존된 채 발견된 ‘아이스맨’의 게놈해독 결과 라임병 병원균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다고 BBC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국경 외츠 계곡에서 지난 1991년 발견돼 ‘외치’라고도 불리는 이 남자의 게놈은 18개월 전 이미 완전히 해독돼 갈색 눈과 머리카락, O형 혈액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유럽아카데미 미라 및 아이스맨 연구소(EURAC)’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숨질 당시 45세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남자가 라임병균에 감염돼 있었으며 심장병에 걸릴 유전적 소질과 유당분해효소 결핍증을 갖고 있었음을 밝혀냈다고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아이스맨의 골반 뼈 표본에서 라임병을 일으키는 보렐리아균을 발견했다. 라임병은 북미와 유라시아 지역에서 진드기에 의해 매개되는 병으로 발진과 독감 같은 증세를 나타낸다.

아이스맨의 혈관 촬영 결과 동맥경화 증상이 발견된 것은 심장질환이 현대적 생활방식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또 유당분해효소 결핍증은 신석기∼청동기 과도기에 인류가 유목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아이스맨의 세포 핵 DNA를 분석한 이번 연구에서는 그가 오늘날 드물긴 하지만 아직도 유럽 일부 지방에 남아있는 혈통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조상은 농업과 목축이 확산되면서 중동을 떠나 유럽 대부분 지역에 퍼진 이주민이다. 이 유전자는 오늘날 사르디니아, 코르시카 같은 섬에 주로 남아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