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제잔재 도로명 ‘조방’은 치욕… 日 군수공장 ‘조선방직’ 줄임말” 독립운동가 아들 1인 시위
입력 2012-02-29 19:31
“‘조방’이라는 명칭은 일제 잔재인 만큼 철폐돼야 합니다.”
부산지역 항일독립운동가 이광우(李光雨·1925.3∼2007.3)씨의 아들 상국(52)씨는 29일 부산 범일동 시민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광우씨는 부산에서 항일 비밀결사조직 ‘친우회’를 만들었다. 일제가 도발한 중·일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되면서 한국에 대한 강제 공출과 징용 등의 수탈이 심해지던 때였다. 그는 일제가 1917년 부산에 세운 가장 큰 군수공장인 조선방직을 파괴할 목표를 세웠다. 43년 공장 노동자 숙소와 부산진시장, 관부연락선 부두 등에 항일 전단을 살포하다가 경남경찰국 고등과 외사계에 체포됐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그는 2년5개월 동안 구금생활을 하던 중 광복을 맞았으나 고문과 강제노역으로 인한 후유증에 평생을 시달려야 했다.
조선방직은 68년 결국 사라졌다. 공장 부지가 있던 범일동 일대는 부산시민회관을 비롯한 대형 시장과 상가, 아파트 등이 들어서 지금은 당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조선방직의 준말인 ‘조방’이라는 지명이 버젓이 새로운 도로명과 각종 상호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부산시민회관 앞 도로 안내판에는 ‘조방로’로 표기돼 있고, 시민들도 ‘조방’이라는 지명을 일상에 사용한다.
상국씨는 “이는 민족적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파괴하려 한 조선방직은 식민지 노동약탈의 상징이었다”면서 “‘조방’이라는 지명이 우리 민족에게 치욕적인 것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도와 동해 표기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우리 주변에 있는 일제 잔재 지명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다 3·1절 93돌을 맞아 1인 시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의 위대한 독립운동가 박재혁 의사의 출생지가 범일동이지만 그분을 기념하는 도로명은 왜 없는지 궁금하다”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