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케이블카 ‘공해’ 조장… 거꾸로 가는 환경부

입력 2012-02-29 23:32


환경부의 자연공원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대부분의 국립공원이 생태계가 잘 보존되는 보호지역에 대해 부여되는 국제인증을 받아놓고도 케이블카를 국립공원 정상 부근까지 허용하려는 상반된 정책을 펴고 있다.

29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국립공원 20곳 가운데 설악산, 지리산, 내장산, 가야산 등 15곳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보호지역 카테고리(유형)Ⅱ에 포함돼 있다. 카테고리Ⅱ는 ‘대규모 생태계 보호를 위해 보존해 둔 자연 혹은 자연에 가까운 지역’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27일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가 유형Ⅱ 보호지역으로 변경 인증된 게 마지막이다.

그러나 산림생태계의 규모와 우수성에서 다른 국립공원에 뒤지지 않는 덕유산은 유형Ⅴ로 남아 있다. 1989년 정상인 향적봉까지 스키장 곤돌라가 건설됐기 때문이다.

유형Ⅴ는 ‘경관보호지역’으로 자연과 문화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을 전제로 관광과 휴양 기회를 제공하는 지역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유형Ⅱ 보호지역에 케이블카 설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상지대 조우 교수는 “환경부가 최근 유형Ⅱ 보호지역 지정을 늘리면서 한편으로는 정상 부근까지 케이블카를 허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IUCN에 따르면 유형Ⅱ 지역에 허가되는 이용방식은 ‘자연자원에 심각한 생물학적, 생태학적 훼손을 하지 않는 수준에서 정신적, 교육적, 문화적, 및 여가활동 목적의 탐방’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노태호 연구위원은 “케이블카의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합의된 사항이라면 카테고리V 또는 VI의 보호지역에서 이뤄지는 게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 위원은 “지금까지 잘 보존된 곳에 이용 압력을 높여 인위적 영향 요소를 증가시키는 것이라면 굳이 카테고리를 상향조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제도를 처음 만든 미국에서는 국립공원 안에 케이블카가 한 곳도 없다. 일본에서는 60년대까지 국립공원 안에 케이블카가 난립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70년대 이후 국립공원에 이미 건설된 케이블카 구간의 연장공사 이외에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조우 교수는 “주부잔(中剖山), 다이세츠잔(大雪山) 등 70년대 이전 정상 주변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된 국립공원에서 생태계 훼손, 외래종 침입 등의 피해가 나타났다”면서 “72년부터는 환경성이 국립공원 관리를 맡으면서 케이블카 인가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