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소주 부활” 노인 투자 유혹 8억 가로챈 일당 12명 검거

입력 2012-02-29 19:25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960년대 전국적인 인기를 끌다 몰락한 삼학소주를 부활시키겠다며 노인들을 상대로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모(61)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박모(57)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박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김모(85·여)씨에 투자비 명목으로 4000만원을 받는 등 1360명에게 8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6월 동대문 인근에 사무실을 차리고 ‘그때 그 시절! 그리운 소주!’ 등의 문구로 향수를 자극하며 노인들을 끌어들였다.

심지어 지난해 11월에는 전남의 한 지역에 계약금 3000만원을 주고 땅만 계약한 뒤 벽돌로 옹벽공사를 하고 가짜 소주공장 기공식까지 열었다. 기공식에는 전직 국회의원과 가수까지 동원됐다.

그러나 이들은 실제 주류 제조면허도 없었고, 공장 부지를 매입할 자금도 없었다. 투자받은 돈은 직원 급여, 사무실 임대료, 공장기공식 등으로 사용했다.

삼학소주는 호남지역을 기점으로 1960년대 말 소주업계 1위를 기록했으나 1971년 ‘납세증지 위조 사건’에 휘말리며 2년 뒤 문을 닫았다. 당시 대선에 출마했던 김대중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해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