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UEP 중단-식량지원’ 한발짝씩 다가서
입력 2012-02-29 19:06
미국과 북한이 베이징 회담(23∼24일)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가동 중단과 대북식량지원이라는 두 가지 큰 현안과 관련해 한 걸음씩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두 사안은 지난 연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전에 큰 틀에서 사실상 타결됐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북·미 관계는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설정되지 않은 채 서로 탐색하는 수준에만 머물러왔다.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24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회담을 마친 뒤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언급은 두 핵심사안에 서로가 진전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해석됐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미국과 북한이 베이징 회담 합의내용을 동시에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회담에서 비핵화 사전조치의 핵심인 UEP 가동 중단과 재가동 금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현장 확인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북한은 미국의 요구 수준까지 수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과 함께 영변의 UEP시설은 평화적 목적이며, 이 목적이 입증될 때까지 가동을 일시 중단할 수 있지만, 향후 재가동에 대비해 연료를 주입하지 않는 ‘UEP 공회전’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을 완전히 멈추지 않고 UEP를 중단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절충안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이 방안이 UEP 가동 중단을 실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인지, 또 미국 요구를 만족하는 수준인지는 불명확하다.
식량지원과 관련, 북한이 옥수수 등 알곡을 포함해 최소한 5만t을 추가 요구한 것은 지원 규모가 미국의 당초 식량지원계획 50만t 중 미집행분 33만t 수준은 돼야 한다는 논리를 깔고 있다. 북·미는 지난 연말 영양강화식품 지원 24만t에 의견을 모았었다.
식량지원 여부는 미국 요구사항인 확실한 감시 시스템을 어느 선까지 수용하느냐에 달렸다. 미 보수층은 군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알곡 지원을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분배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만 확실히 갖춰지면 가능할 수도 있는 분위기다.
한편 로버트 윌러드 미국 태평양군 사령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대북 식량지원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면서 “핵개발 및 탄도미사일 시험 중단, IAEA 사찰 허용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는 인도적 지원과 정치 현안을 분리한다는 미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베이징 북·미회담 후속 논의를 앞두고 북한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