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4호기 손상된 전열관 재질 뭐기에…
입력 2012-02-29 22:02
선진국선 결함 잦아 교체중인 ‘인코넬600’ 사용
울진 원전 4호기의 전열관 손상 원인이 된 ‘인코넬600’ 제품은 애초부터 잦은 결함을 드러내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교체를 시작했다.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인코넬600 제품을 인코넬690 등 개선된 제품으로 교체해 왔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지은 한국형표준원전에 인코넬600을 사용하다 2000년대 중반에야 문제점을 인식하고 교체계획을 세웠다.
인코넬600 제품은 열전도율이 높지만 고온·고압에서는 부식과 균열이 이뤄지는 단점이 있다. 현재 울진 4호기 외에 울진 3호기와 영광 3·4·5·6호기 등 여러 원전의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은 인코넬600 제품이다. 현재 영광 원전의 전열관은 큰 문제없이 가동되는 데 비해 울진 4호기의 전열관 손상이 유독 심한 것은 제조사의 기술적 문제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29일 “영광 원전의 전열관은 미국 S사가 납품한 인코넬600 제품이 사용됐고, 울진 4호기는 미국 B사가 제조한 전열관이 들어가 있다”며 “울진 4호기만 문제가 많은 것은 B사 제품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열관을 제작할 때 가늘고 긴 튜브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전문기술이 필요한데 울진 4호기에서는 잔류응력이 남아있었다”며 “제조기술이 떨어지면 잔류응력이 남아 부식이나 균열 등 결함이 쉽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제조사의 기술적 결함 외에도 원자로 내부의 온도차이가 전열관의 균열을 가속화시켰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울진 원전은 영광 원전에 비해 원자로 내 온도가 3도가량 높게 유지됐다.
이 관계자는 “영광 원전은 인코넬600을 쓰면서 온도를 3도가량 낮게 운전해봤는데 별 차이가 없어서 울진 3·4호기는 원래 정상 온도로 되돌렸다”면서 “정상 온도로 운전했는데도 손상이 발생한 것은 재질의 결함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울진 4호기 증기발생기를 납품한 두산중공업 측은 “한수원의 조사결과를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여러 국가들은 잦은 결함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인코넬600 제품을 교체하고 있는데도 우리만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관계자는 “조사결과 울진 원전 4호기 전열관의 재질과 제작기술에 문제점이 드러났다면 이는 한수원이 제작회사 측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며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행위를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수원 측이 전열관 제작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전면교체 대신 보수공사를 거친 뒤 재가동할 경우 안전성을 누가 보장할 수 있으며 주민들의 불안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석철 기자, 울진=김재산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