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수사 종결, 가족 제외는 아니다” 김경한 前법무 ‘13억 돈 상자’ 수사팀에 전화로 알려… 파문 확산
입력 2012-02-29 21:45
김경한(68) 전 법무장관이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수사가 종결된다고 했을 뿐 가족까지 포함한 의미는 아니었다”고 말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할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 대금으로 13억원(미화 100만 달러)이 밀반출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에 28일 전화를 걸어 “(당시)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보도가 됐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고 중수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 발언은 검찰 수사방향과 관련해 또 다른 추측을 낳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사건은 내사종결됐지만 가족이 연루된 사건까지 종결된 게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연씨의 미국 부동산 구입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일종의 근거가 되는 셈이다.
중수부는 이번 사건은 ‘13억 돈 상자’라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에 수사하는 것일 뿐 2009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권양숙 여사나 정연씨 등 노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재개 논란이 일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검찰의 입을 통해 김 전 장관의 발언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7일 박연차(67) 전 태광실업 회장이 입원 중인 병원을 방문, 13억원의 출처에 대한 면담조사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29일 “돈 뭉치가 크니까 박 전 회장이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 확인 차 조사했지만 자신의 돈이 아니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자연스럽게 자금출처 조사는 노 전 대통령 측으로 향하고 있다. 아파트 전 주인 경모(43)씨에게 13억원 송금을 부탁한 사람이 정연씨라면 어떻게 거액을 마련할 수 있었느냐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정연씨에 대해 조사계획이 없다고 강변했지만 경씨 조사 이후 소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이번 사건은 2009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괴자금 13억원의 출처를 규명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수사 배경은 이렇다. 미국 카지노 매니저 이모씨가 언론인터뷰에서 “2009년 1월 아파트 전 주인 경모씨가 정연씨 한테 ‘돈이 급하다. 100만 달러를 빨리 보내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 돈은 아파트 매입대금의 잔금인 것으로 안다”고 말하면서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이씨의 동생은 이후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서울지하철 4호선 과천역 부근 비닐하우스로 갔고, 그곳에서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착용한 남성이 13억원이 든 현금상자 7개를 건넸다는 것이다. 이씨 형제는 “이 돈을 6억5000만원씩 나눠 2차례 은씨에게 전달했다. 은씨는 환치기를 통해 30만 달러를 경씨에게 송금했고 나머지는 경씨가 직접 밀반출해 간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근 이씨 형제와 은씨를 불러 조사했고, 경씨에게 빠른 시일 내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