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민주 공심위원장 “공천심사 잠정 중단”

입력 2012-02-29 21:50


4·11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민주통합당 지도부 간에 내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이 29일 지도부의 공천 개입에 강하게 반발하며 공천심사 중단을 선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심위는 이날 오전 3차 공천심사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공심위는 오전 11시 강 위원장이 주재하는 기자간담회를 예고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공심위 결정사항을 의결하기 위한 최고위원회에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최고위원들이 30∼40여곳의 지역구에 대한 공천심사 결과를 일일이 ‘스크린’하며 일부 지역에 대한 발표를 보류시킨 것이다. 발표 대상지역은 23개로 줄어들었고 강 위원장의 기자간담회는 취소됐으며 공천심사 발표는 오후로 연기됐다. 참다못한 강 위원장은 “평정심을 찾을 때까지 공천심사 일정을 순연하겠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이날 예정된 전북지역 공천심사에 앞서 “최근 공심위 논의가 사전에 유출돼 유감스럽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매듭을 짓지 못해 기자간담회를 연기하는 상황을 초래한 당 지도부에 강한 문제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지원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활동해온 구(舊)민주계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밀리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친노 부활 등의 용어도 썼다. 실제로 지난 24일 2차 공천자 발표에서 구민주계 출신은 추미애 의원 한 명뿐이었고 열린우리당 출신과 친노 인사들이 대부분 공천됐다. 또 이날 나온 3차 공천자 명단에도 구민주계 중심인 한광옥(서울 관악갑) 상임고문과 김덕규(서울 중랑을) 전 국회부의장이 빠졌다. 당초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던 정균환 전 민주당 원내총무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병은 일단 발표 대상지에서 제외됐다.

김부겸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공천 잡음이 이어지며 우리 당에 따가운 비판이 있다”며 “나머지 공천이나 경선 과정에서 엄격한 잣대와 준비를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계파 야합이니 지분 나누기, 친노 부활, 무차별 단수공천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닌 대로 정확히 밝히고 사실인 것은 지금이라도 즉시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만과 오판 때문”이라고 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아마 공천과정에서 우리 민주당이 점수를 많이 잃은 것 같다. 감동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경력으로 논란이 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의 경선 후보 구인호씨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이곳을 전략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용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