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부부가 행복한 “쉘위 댄스”… 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스포츠 댄스 동아리

입력 2012-02-29 18:44


지난달 27일 오후 8시 서울 합정동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지하1층. 시종 웃음이 가득한 부부 10여쌍이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찬양반주에 맞춰 왈츠를 추며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더러 뒤늦게 온 부부들도 들어서자마자 바로 연습에 참여했다. 하나같이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이 동아리의 이름은 ‘쉘위댄스’(Shall we dance). 모임 이름은 일본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 ‘쉘위댄스’에서 따왔다.

“담임목사님께서 집에 심방 오셨는데 벽에 걸린 사진을 보셨어요. 바로 저희 부부가 댄스스포츠를 하며 행복해하는 사진이었는데 그때 교회 내에서 건전하게 댄스스포츠로 봉사하시면 어떻겠습니까 라고 하셨지요.”

동아리 리더이자 강사인 이춘호(57·예닮요양병원장) 집사가 이 모임을 창설한 계기를 말한다. 2010년 2월 첫 발을 떼 이제 2년 남짓한 동아리에는 막내 40대 부부부터 60대 부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춤을 추는 데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행복 가운데 하나가 춤이 아닐까 싶습니다.”

회원들은 오는 5월 교회 체육대회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연습에 한창이다. 월요일 정기연습에 보통 3∼4시간씩 땀을 뺀다. 부부들은 댄스스포츠 구두를 신을 때 서로 끈을 매주면서 부부사랑이 절로 커진다고 말한다.

이 집사의 부인인 박연춘(56·주부) 집사는 “춤출 때만큼은 부부로 생각하지 말고 파트너로 여겨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댄스이기 때문에 서로 예의가 중요하며 따라서 존중해줘야 한단다. 집안 일로 연장해 “그것도 못하냐” “당신 동작이 잘못”이라는 등의 핀잔을 주기라도 하면 자칫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혼 25년차 박명우(59·회사원)집사·김광희(57·주부)권사 부부는 “시작한 지 1년쯤 됐는데 옷이 땀에 흠뻑 젖을 만큼 춤을 추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 버린다”면서 “건강도 챙기고 취미생활을 함께 하며 부부사이도 좋아지니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춤도 춤이지만 이를 매개로 교인끼리 집안 대소사를 챙겨주는 등 이웃사랑도 커진다고 한다. 연습 때면 각자 떡과 과일, 과자 등 먹을거리를 사들고 와 나눠 먹는다. 이날 역시 연습 중간 중간에 김밥과 과일, 닭강정 등으로 간단한 파티를 열었다.

조금씩 실력이 붙으면서 더 높은 단계에 이르자는 욕심도 붙어 성취욕도 못잖게 생긴다. 3주째 배우고 있다는 왕초보 홍훈기(49·무역업)·이정자(45·주부) 집사 부부는 “커플 댄스를 배우며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부부사랑이 쏟아진다”며 수줍게 웃었다.

한 때 댄스스포츠가 ‘춤바람’을 부추기는 불건전한 춤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시범종목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세계적인 인기스포츠로 부상하며 생활체육의 하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또 다수의 대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채택해 정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리더의 신호에 팔로어가 동작을 이어가는 형식의 커플 댄스는 남녀가 조화를 이뤄야만 된다는 점에서 부부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이재철 담임목사는 “은퇴 준비를 할 때 자금(돈)만 준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하나님께 남은 인생을 맡기고 적어도 10년 정도는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느냐”며 취미생활 중 하나로 댄스스포츠를 함께 해볼 것을 권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