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사퇴 배수진… ‘이재오 공천’ 후폭풍, 새누리 비대위 존폐 갈림길

입력 2012-02-29 21:49


4·11 총선 1차 공천자명단 발표 이후 불거져 나온 새누리당의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 공천’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박근혜 위원장에게 사퇴 의사까지 전달하면서 비대위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주말 2차 공천자 명단이 발표되면 제2, 제3의 ‘이재오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29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부정적인 상황이지만 약간의 희망도 있다. 사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의 사의 표명에 다른 외부 출신 비대위원들이 동반 사퇴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 위원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비대위는 총선을 지나 대선까지 의결기구로 남아 있어야 하는 상징성 있는 조직이다. (사퇴 여부 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에 동조하지만 자신 때문에 당 전체가 흔들리는 게 부담스럽다는 말로 해석된다. 조동성 이준석 위원 등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2차 공천자 발표 이후 지금보다 더 심한 당내 갈등이 생겨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공천위가 또 다른 친이명박계의 상징적 인물에게 공천장을 줄 경우 외부 비대위원들의 반발 수위가 훨씬 높아질 것이란 해석이다. 핵심 당직자는 “제2, 제3의 ‘이재오 사태’가 생기지 않겠느냐. 그렇게 되면 ‘MB(이명박) 정권과의 단절’을 주된 당 쇄신 테마로 설정했던 비대위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2차 공천 지역은 여론조사가 가장 먼저 시작된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영세 사무총장은 “(여러 지역의) 여론조사 결과가 중구난방식으로 들어오고 있어 어떤 특정지역에 편중해 발표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계 초선으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안형환 의원은 “공천위는 독립기구다. 당헌·당규에 따른 결정을 문제 삼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비대위를 공격하며 논란에 가담했다.

그러나 이번 공천 파문이 주말을 고비로 일단 가라앉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비대위와 공천위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갈등을 해소할 것이고 자연스레 박 위원장 중심 체제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의미다. 다른 당직자는 “비대위원 집단사퇴나 비대위 해산 같은 극단적인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막후에서 두 조직 인사들을 설득 중임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종로에 공천을 신청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홍사덕 의원 같은 친박근혜계 인사의 낙하산식 공천이 이뤄질 경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수석은 “70대 노(老)정치인도 (전략공천으로) 거론되는데 그런 분이 친박이라는 이유로 출마토록 (당이) 허락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느냐. 그리되면 중대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