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미각 ‘맛있는 여행’ 떠나요… 관광공사 추천 ‘3월에 가볼 만한 곳’ 6선
입력 2012-02-29 18:21
계절은 식탁에서 완성된다. 꽃샘추위의 시샘에도 불구하고 산하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들녘은 냉이 등 봄나물들로 파릇파릇하고 바다는 ‘봄 도다리’를 비롯한 제철 생선들로 싱싱하다. 한국관광공사는 3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도다리쑥국으로 유명한 경남 사천 등 ‘맛있는 여행지’ 6곳을 추천했다.
◇나주곰탕(전남 나주)=뜨끈한 국밥 한 그릇과 깍두기, 묵은 김치의 조화는 여행객들의 허기를 달래주는데 더없이 좋은 상차림이다. 나주의 나주곰탕은 소의 머리고기와 내장 등을 푹 고아 우려내 팔던 장국밥에서 유래됐다. 곰탕의 ‘곰’은 푹 고아서 국물을 우려낸다는 뜻을 지녔다.
금성관 앞 나주곰탕거리에는 60년 전통의 남평할매집을 비롯해 노안집, 하얀집 등 전문점들이 줄지어 있다. 쇠뼈를 쓰는 다른 지역의 곰탕과 달리 고기로 육수를 내고 맛을 살리는 점이 나주곰탕의 가장 큰 특징. 황포돛배로 유명한 나주에는 나주영상테마파크 등 볼거리도 많다.
◇태백한우(강원 태백)=탄광도시로 이름이 높았던 태백은 질 좋은 소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태백한우 맛의 비결은 1등급 이상의 한우고기를 연탄불에 굽는 것. 붉은 살코기 사이로 하얀 마블링이 눈처럼 박혀 있어 씹기도 전에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황지시장골목을 비롯해 태백시내의 40개 한우식당 상호에는 유난히 ‘실비식당’이 많이 쓰인다. ‘실제 비용만 받고 판다’는 말뜻 그대로 갈빗살, 모둠, 주물럭 등 주요 메뉴가 모두 1인분 200g에 2만5000원 선이다.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과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는 태백을 대표하는 관광지.
◇간재미회(충남 당진)=당진의 봄 포구는 싱싱한 간재미회를 즐기려는 미식가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갱개미로도 불리는 간재미는 홍어 새끼를 닮았다. 홍어는 삭힌 뒤 톡 쏘는 맛을 즐기지만 간재미는 삭히지 않고 회무침으로 즐겨먹는다. 대부분 자연산으로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
예전에는 성구미 포구가 간재미로 명성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장고항이 유명세를 이어받았다. 장고항은 소담스러운 어촌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3월 중순이 지나면 실치회도 맛볼 수 있다. 해돋이와 해넘이로 유명한 왜목마을을 비롯해 솔뫼성지, 필경사, 삽교호함상공원 등이 지척이다.
◇도다리쑥국(경남 사천)=사천 삼천포항의 새벽은 도다리 경매로 시작된다. 제주도 근해에서 겨울 산란기를 지낸 도다리는 매년 3월쯤 삼천포 앞바다로 올라오는 봄철 어종. 도다리는 뼈째 썰어내는 세꼬시로 먹는데 살이 꽉 차서 쫄깃하고 뼈는 씹을수록 더욱 고소하다.
봄의 향기를 오감으로 만끽하고 싶다면 도다리쑥국이 제격이다. 구수한 된장을 푼 뒤 파릇파릇한 해쑥과 도다리를 넣고 끓여내면 쑥향과 도다리 속살의 부드러움이 입안 가득 배어난다. 사천에는 한려수도가 한눈에 보이는 노산공원, 낙조가 아름다운 실안해안도로, 죽방렴 등이 볼만하다.
◇영광굴비(전남 영광)=영광 법성포는 서해바다가 육지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온 천혜의 항구로 조기 말리는 덕장이 즐비하다. 연중 어선들로 북적이지만 법성포는 조기잡이가 한창인 봄철이 다가오면 유난히 활기차다. 알을 품은 조기가 영광 앞바다인 칠산바다에서 잡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영광에서는 싱싱한 조기를 살짝 염장한 후 말려 굴비로 만든다. 촉촉함이 살아 있는 굴비는 불에 굽기만 해도 하나의 요리로 완성된다. 바싹 말린 전통굴비를 쌀뜨물에 담갔다 쪄내는 굴비찜도 맛이 일품이다. 백수해안도로는 드라이브 명소로 칠산바다의 해질녘 노을이 아름답다.
◇이국음식(경기 안산)=안산 원곡동은 우리나라 최대의 이주노동자 밀집지역. 안산역 다문화거리는 세계 100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과 내국인이 어우러져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씌어진 간판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들이 국적불명의 거리를 걷는 듯하다.
다문화거리는 세계 음식의 종합선물세트이기도 하다. 네팔 중국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 등 각국의 음식과 두리안 같은 과일도 맛볼 수 있다. 안산 여행은 이국음식을 맛본 후 최용신 기념관, 안산식물원을 돌아보는 것으로 코스를 짜면 알차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