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계올림픽 유치 노려 땅 투기한 재벌

입력 2012-02-29 18:02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강원도민과 온 국민이 똘똘 뭉쳐 3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이뤄낸 쾌거로 불린다.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된 강원도를 살리고 뒤쳐진 동계올림픽 종목을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영하의 날씨에 손을 호호 불며 두 시간씩이나 기다려 실사단을 맞이한 초등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의 정성이 눈물겨웠다.

이런 사연을 안은 평창이 일부 재벌들의 땅 투기 대상이 됐다는 소식은 우울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롯데, GS 등 대기업 총수와 대주주 일가족 22명은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일대 토지 22만9000여㎡(약 7만평)를 보유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용평리조트 인근으로 올해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13%나 올라 전국 상승률 2위를 기록한 곳이다.

이들뿐 아니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족과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 대표와 그 아들, 딸들이 올림픽 유치 후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평창 곳곳에 수 만평씩 땅을 사뒀다. 물론 당사자들은 투기 목적을 부인한다. 올림픽 유치가 번번이 무산돼 개최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주택이나 수목원, 화훼농장을 꾸미기 위해 땅을 매입한 것인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의 땅들은 동계올림픽 유치전이 시작된 2000년 이후 매매됐다. 정부와 강원도가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전원주택 등으로 조성할 목적이었다면 규모가 너무 크다. 무엇보다 올림픽 개최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이들이 과연 땅을 샀겠느냐는 데서 투기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전답의 경우 농사를 짓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들의 의도를 의심케 한다.

정부는 이들이 어떤 편법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땅을 샀는지 분명히 밝혀 합당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 땅을 구입한 당사자들도 투기논란이 일자 복지재단에 땅을 기부한 방송인 강호동씨의 처신을 참고하기 바란다. 최소한의 양심은 가져달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