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흙내음 나는 겨울 숲

입력 2012-02-28 19:24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오려나봅니다. 숲으로 들어가는 길은 흙내음으로 가득합니다. 이젠 제법 해가 길어졌습니다. 오후의 기운이 곳곳에 찾아온 봄기운을 느끼게 하기에 저녁에 찾는 겨울 숲에도 외로움은 없습니다. 아니 어두워져가는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흙내음 나는 겨울 숲의 끝자락에서는 기도해야 할 영혼들이 더욱 환하게 밝아 옵니다.

늘 앉아 하늘을 보는 곳이지만 하늘도 흙내음을 맡기 위해 더욱 가까이 내려와 저녁이 됩니다. 겨울의 긴 자락 끝에 맡는 흙내음은 마음에 남은 겨울눈을 녹여주려나 봅니다. 그래서 사랑하고 용서하는 기도는 이렇게 흙내음이 나는 겨울 숲의 끝자락에서 해야 하는가 봅니다.

어둠으로 하나 되어가는 숲에 비가 조금씩 내립니다. 뺨을 스치며 지나가는 차가운 알갱이가 봄을 안고 찾아온 가랑비인지 아직도 겨울을 품고 있는 작은 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흙냄새 나는 겨울 숲에서는 숲이 저녁이 되어가고 저녁도 하늘이 되어갑니다. 하늘은 이렇게 모든 것을 덮는 손길입니다. 하나님도 만져주시고 덮어주시는 사랑 그 자체입니다.

배성식 목사(수지 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