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이라크 전쟁 상흔] 아들 사망 은폐 “진실 밝혀라”… 희생병사 아버지의 ‘외로운 투쟁’
입력 2012-02-28 19:32
미군 당국의 이라크 참전병사 사망경위 은폐 의혹을 밝히기 위해 사망한 병사의 아버지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이 사연을 자세하게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데이비드 샤렛은 2008년 1월 16일 수업 중에 아들 데이비드 주니어가 바그다드 인근에서 무장단체와 교전 중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나흘 뒤, 사상자 지원병은 아들이 ‘아군 총격에 의한 전사’였다는 말을 했다. 샤렛의 머릿속에는 아들의 전사 원인에 대한 의혹이 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그에게 전달된 공식보고서에는 ‘데이비드 주니어가 작전 당시 아군 식별 장치를 켜지 않아 아군 총격에 희생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고서에는 누가 쐈는지, 시신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촬영한 비디오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결론은 ‘어떤 규정이나 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였다.
그러나 진실의 조각들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듬해 2월, 아들의 전우들이 찾아와 당시 상황이 촬영된 비디오를 전했다. 그들은 상황이 은폐됐고, 거짓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군당국에 맞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끈질긴 재조사 요구에 아들을 쏜 병사가 밝혀졌고, 그가 승진까지 했으며, 당시 상황이 자세히 녹화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아들이 총격으로 쓰러진 뒤 다른 병사들이 헬기를 타고 탈출하는 동안 1시간 넘게 차가운 바닥에 누워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도 밝혀냈다. 그는 분노했다. 결국 총격을 가한 장병이 기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포함됐다. 하지만 아버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이상의 진실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