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석 ‘선거구 획정’ 반발 들끓어… 상식 무시한 선거구 편입 ‘최악 게리맨더링’

입력 2012-02-28 21:55

19대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리기 위한 여야의 ‘게리맨더링’(정략적 선거구 조정) 후폭풍이 거세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우려를 표시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작의적인 선거구 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28일 “역대 선거구 획정이 끝날 때마다 논란이 일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의원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 사상 최악의 게리맨더링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획정안을 보면 여야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수원을)의 서둔동을 떼서 수원시 팔달구(수원병)에 붙였고,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과 동백동은 인근 처인구로 편입됐다. 용인시 수지구의 상현2동 역시 용인시 기흥구로 넘어갔다. 천안시 서북구(천안을)의 쌍용2동은 천안시 동남구(천안갑·이상 선거구)에 갖다 붙였다. 주변 쌍용1동, 쌍용3동은 천안을 선거구인데 2동만 천안갑에 속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 가령 쌍용2동에 오랫동안 살아온 A씨는 4·11 총선에서 자신과 관련이 없었던 동남구를 대변할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선거구 오려 붙이기가 가히 ‘예술’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안을의 새누리당 김호연 의원도 “적어도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민심이 반영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황당해하고 있다. 특히 수원시가 이날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로 해 법적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아울러 부산 남구와 전남 여수시는 인구가 선거구 상한선인 31만406명에 미치지 못하지만 의원 2명을 뽑게 됐고 서울 노원구와 대구 달서구도 62만812명을 넘지 못했지만 의원 3명을 선출하게 됐다.

김미영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여야가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본인들의 기득권 보장을 위해 물러서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도 “국민들은 정치과잉과 세수 등 문제로 의석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해 왔다”며 “이번 선거구 획정은 명백히 민심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전날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국회가 의석수를 300석으로 늘린 데 대해 ‘의석수를 이렇게 늘려 가면 큰일 아니냐’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면서 “하지만 1개월 앞으로 다가온 선거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