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소송 확산, 그룹 지배구조 영향 있을까… 에버랜드 보유 삼성생명·전자株 이동 여부 최대 관심

입력 2012-02-28 23:15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81) 전 제일비료 회장에 이어 둘째딸인 이숙희(77)씨가 동생인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27일 1900억원대의 재산상속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삼성 일가의 재산권 분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8일 법무법인 화우 등에 따르면 이숙희씨 측은 선대 회장이 타계할 당시 차명으로 돼 있던 상속분을 이건희 회장이 단독으로 상속한 만큼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생명 주식 223만여주, 삼성전자 우선주 10주 등을 요구하고 삼성에버랜드에도 삼성전자 주식과 배당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숙희씨는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부인이자 이건희 회장의 누나이다.

이맹희 전 회장이 반환을 요구한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이숙희씨가 요구한 223만주를 합치면 삼성생명 전체 주식의 5%(1047만주)를 약간 웃도는 규모다. 이들이 승소할 경우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지분(4151만주, 20.76%)이 줄어들더라도 에버랜드 보유지분(3868만주, 19.34%) 등 우호지분을 감안하면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과 삼성전자 주식까지 요구했다는 점이다. 다른 형제들이 소송에 가담할 경우에도 상황이 달라진다.

일단 이병철 창업주의 맏딸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상속분 청구 소송을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솔그룹은 “상속문제는 1987년 선대 회장이 타계할 당시 끝난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이 고문이 소송에 참여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삼성생명 지분 11.07%를 갖고 있는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맹희 전 회장이 소장에서 밝힌 선대 회장 타계시 법정 상속분할 자료를 보면 이인희 고문과 이숙희씨, 이명희 회장의 상속분은 각각 27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차남인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그룹 회장 측과 셋째딸 이순희씨 상속분은 이건희 회장과 마찬가지로 각각 27분의 4이다. 따라서 이들이 소송에 가담하게 되면 이맹희 전 회장의 상속분(27분의 6)과 이숙희씨 상속분(27분의 1)을 합쳐 차명재산의 절반 이상이 된다. 특히 이창희 전 회장 쪽은 그룹이 경영난을 겪을 당시 삼성 측이 도와주지 않아 두 그룹 간 관계가 소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측은 “이맹희 전 회장 등이 승소해 모든 형제들에게 삼성생명 지분을 나눠주더라도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의 삼성생명 지분은 51.11%에서 23.68%로 줄어들긴 하지만 이맹희 전 회장과 CJ그룹(13.98%), 신세계그룹(13.37%), 이순희씨(6.02%), 이숙희씨(2.3%) 등의 삼성생명 지분보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 사람에게 지분을 몰아줄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