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유행가의 낭만·저항을 노래하다… 작가 배영환 3월 1일부터 개인전

입력 2012-02-28 18:40


“유행가만큼 우리를 위로해주는 것도 없을 겁니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나와 1997년 첫 개인전 이후 2004년 광주비엔날레,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참가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배영환(43) 작가. 그의 작업 주제는 ‘유행가’다. 둘다섯의 ‘긴머리 소녀’와 어니언스의 ‘편지’ 악보를 화면에 옮기고 이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넣은 작품은 낭만과 저항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유행가의 속성을 보여주었다.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으로 시작되는 산울림 김창완의 ‘청춘’과 캐나다 폴 앵카의 올드팝송 ‘크레이지 러브’ 가사를 알약 병뚜껑 면도날 본드 등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방황과 좌절을 겪는 청소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외된 사람들의 현장을 일일이 기록한 ‘노숙자 수첩’은 김광석의 ‘거리에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15년 동안 유행가를 좇아온 그의 작업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개인전이 3월 1일부터 5월 20일까지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린다. ‘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라는 타이틀로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26점을 선보인다. ‘엘리제를 위하여’는 베토벤 작곡의 클래식이지만 유행가처럼 대중화된 상황을 패러디한 것이다.

중년의 꿈과 희망을 기타로 표현한 ‘남자의 길’, 피카소의 ‘해안을 달리는 여인들’을 차용해 교련복을 풀어헤치고 해변을 달리는 청소년을 표현한 ‘젊은 미소’, 동일본 지진 현장을 촬영한 ‘후쿠시마의 바람’도 의미심장하다. 전시장 입구 로댕의 ‘지옥의 문’ 앞에 설치한 신작 ‘황금의 링-아름다운 지옥’이 치열한 경쟁에 놓인 도시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관람료 3000원(1577-7595).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