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케이블카 논란] 전문가 “수직으로 정상부 향하는 대신 수평으로 에둘러가는 노선 고려해 볼만”
입력 2012-02-28 18:34
전문가들은 지리산 케이블카 논란에 대해 수직으로 정상부를 향하는 코스 대신 수평으로 산을 에둘러가는 노선을 고려할 만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둘레길 곳곳에는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보이는 조망점들이 있다. 해발 400∼600m 안팎의 그 조망점들을 연결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양 지자체가 모두에 득이 되는 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다.
수평형 케이블카가 좋은 점은 관광객이나 둘레길 도보여행자들이 타고 온 차를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해 두고 움직이기 때문에 숙식을 케이블카 인근에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리산을 한 눈에 조망하기에는 정상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이 더 좋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에 연계 관광상품을 개발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함양군은 지난 2년간 지리산 둘레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곳으로 손꼽힌다. 함양군 마천면, 휴천면 등은 둘레길이 가장 먼저 생긴 구간이다. 덕분에 보도여행자가 먹고 자면서 쓴 돈이 쏠쏠했다. 지리산권 환경활동가 최세현씨는 “지리산권 지자체들이 케이블카 건설비용의 10분1만 둘레길에 투자해도 훨씬 훌륭한 지역 수입원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하코네(箱根)국립공원은 여러가지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러 마을을 연결, 관광수입을 골고루 나눈 것으로 유명하다. 하코네유모토(箱根湯本)부터 고라(强羅)까지 등산전차, 고라에서 조운잔(早雲山)까지 케이블카, 오와쿠다니(大涌谷)까지 로프웨이, 도겐다이(桃源台)까지 버스, 내려서는 배를 타고 아시노호(湖)를 건너거나, 버스를 타고 호수 넘어 하코네마치(箱根町)로 이어진다.
지리산권 지자체들이 환경부가 던진 케이블카 모델에 집착하는 까닭은 관광경기와 지방경제가 내리막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친환경관광 모델을 개발하기보다 지자체의 단기적 요구에 굴복하는 것은 기존의 자연보전정책과 모순이다. 환경부는 백두대간 일부 마루금에 대한 출입제한 조치를 유지하려 하고, 기후변화 등에 민감한 고산지대에 탐방예약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지리산과 설악산 정상 턱밑에까지 케이블카를 허용하려는 정책과 명백히 이율배반이다.
상지대 조우 교수는 “일본은 1970년대 이후 국립공원 안에 이렇다할 케이블카 설치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설치된 주부(中部)국립공원 신호타카 케이블카, 다이세츠잔(大雪山) 구로다케(黑岳) 케이블카 등의 상부정류장 일대 생태계가 초토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설 보수공사를 할 때 자재에 묻어 들어온 외래식물이 생태계에 해를 끼친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도 마찬가지다. 호남대 오구균 교수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정류장 부근은 이미 대머리 동산이 됐다”고 말했다. 설악동도 케이블카와 전국 도로망 확충에 따라 중·고교 수학여행단과 단풍철 한 때만을 기다리는 한철 관광지로 전락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