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문학의 옷’ 입은 성경, 술술 읽히네… ‘스토리 성경 1,2권’
입력 2012-02-28 18:32
스토리 성경 1,2권/월터 웽거린 지음, 손우선 옮김/이마고 데이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가 시장의 언어로 성경을 풀어낸 역작이라면 이 책은 성경에 문학의 옷을 입힌 수작이다. 성경 전체를 소설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미국의 신학자이자 작가인 월터 웽거린이 무려 13년에 걸쳐 집필했다. 웽거린은 처녀작 ‘검은 암소의 책’으로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한 탁월한 스토리텔러.
원래 이 책은 지난 1998년 ‘소설 성서’라는 제목으로 구약 3권, 신약 2권 등 총 5권이 출판사 ‘황금가지’를 통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에 신생 기독출판사인 이마고데이에서 신약편과 구약편 등 2권으로 재출간했다. 출판사는 “구약에서 신약까지 하나님과 인간이 맺은 약속의 기나긴 역사, 약속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수천 년 전의 놀라운 사건들이 바로 현재의 일이 되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고 평하고 있다.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성경이 웽거린의 솜씨로 생생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책의 절반은 선조들, 왕들, 예언자들, 메시아 등 인물의 성격에, 나머지는 언약과 신의 전쟁, 유배지에서의 편지, 갈망 등 서사적 테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서점에 가면 성경을 재구성 하거나 이야기 형태로 풀어놓은 책들이 넘친다. 이 책이 여타의 책들과 구별되는 것은 소설로서의 문학적 완성도가 높다는 점.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이미지, 상상력 넘치는 인물 묘사, 전개속도의 변주, 극적 긴장을 고조시킬 때 구사되는 현재 시제와 1인칭 화법 등 웽거린은 이 책에서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문학적 도구를 활용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웽거린의 문학적 상상력은 책의 시작을 천지창조가 아닌 아브라함의 이야기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 노인(아브라함)이 장막 앞자락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섰다.” 창세기 12장1절부터의 이야기가 천지창조보다 우선되는 것이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는 구약편의 거의 끝에 나온다. 신약편에서도 사도행전내 성령의 역사들과 사건들이 책의 에필로그에 담겨 있다. 소설의 중심에는 신과 인간 사이의 약속과 파기, 사랑과 징벌, 분노와 원망, 그리고 신앙과 자비의 긴 역사가 가로놓여 있다. 수천 년 전의 인물과 사건들이 비신자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그려지고 있다.
물론 이 책은 ‘공역(共譯) 성경’, 혹은 ‘의역(意譯) 성경’이 아니다. 성경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로 결코 공역 성경을 대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이 비신자는 물론, 신자들에게도 지루하게 느껴질 성경에 소설적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의미가 있다. 와싱톤한인교회 김영봉 목사는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를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예수’로 평했다. 과연 웽거린의 이 책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일반 성도들은 물론 말씀을 전해야 하는 목회자들이 옆에 두고 성경과 함께 읽는다면 설교에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사실 설교자는 본질적으로 스토리텔러(Storyteller)일 것이다.
대전중문교회 장경동 목사는 “창세부터 역사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일들과 성경의 인물들이 살과 피를 가진 생생한 인격체로 되살아나는 체험을 하게 해 주는 책”이라고 평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