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천위-비대위 갈등 2라운드… 김종인 “박근혜 태도 모호, 내 소임 끝낼 것” 사퇴 배수진

입력 2012-02-28 18:45


27일 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 공천을 놓고 정면충돌했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28일에도 갈등을 이어갔다. 박근혜호(號)의 양대 축이 권한 문제까지 들먹이며 대립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정책쇄신분과 회의에 나와 박근혜 비대위원장까지 공격하며 이 의원 공천 논란을 극대화시켰다.

김 위원은 “인적 쇄신을 해야 하는데 공천 방향이 잘못 잡혔다. 공천위원장이 회의 도중 뛰쳐나가 명단을 발표했는데 통상적인 조직에서 과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이 점에서 박 위원장의 태도가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위원장에 대해 “더 이상 정책 쇄신 아이템도 없는 것 같고 결과적으로 비대위 기능도 거의 다 되지 않았나 판단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내 소임은 이것으로 끝내는 것으로 한다. 오늘 회의가 마지막”이라며 “며칠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사퇴 배수진을 쳤다.

‘MB(이명박) 정권 핵심 퇴진론’을 가장 먼저 주창하며 이 의원 공천에 반대했던 이상돈 비대위원도 라디오에 출연, “비대위 내부에서 이 공천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재의를 요청했는데 불과 한두 시간 만에 재의결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앞으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진행자가 “공천은 비대위가 최종 권한을 갖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비대위 책임으로 공천하는 것”이라고 답해 공천위의 독자 공천 행보를 막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친박근혜계 중진 홍사덕 의원의 서울 종로 전략공천설과 관련해 “당에서 낙하산식으로 공천을 해서 정치 이벤트를 만드는 것은 그다지 좋은 현상이 아니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부산 사상에 출마한 27세의 여성 손수조씨에 대해서는 “손 후보의 도전을 우습게 생각하는 건 굉장히 부당하다. 새누리당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황영철 대변인은 다른 라디오에 나와 “여러 지표상 충분히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결과물들이 있고, 다른 걸 떠나서 주민들의 평가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 의원을 공천한 공천위 결정을 적극 지지했다. 또 “아무래도 이 의원이 이명박 정부 실세로의 역할을 해왔고 당이 쇄신과 변화를 하는데 그런 분에겐 공천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비대위원들이 있었다”며 “그러나 보는 것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공천심사 과정 자체가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부분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당 윤리위원장 출신인 인명진 갈릴리교회 담임목사도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하자를 드러낸 것도 없어 공천 안 줄 이유가 없다”면서 “당 화합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있어서 이 공천은 잘된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박 위원장이 워낙 말을 아껴 해석할 수밖에 없지만 그분의 의중이 실려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