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적 의미로 그친 학생인권조례… 교육감, 복장·두발·체벌 등 간섭 못해
입력 2012-02-28 18:52
학칙을 제·개정할 때 시·도교육감의 인가를 받는 절차를 폐지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이 마무리됐다. 학교장이 교사, 학생, 학부모의 의견과 학교의 특수성을 반영해 자유롭게 학칙을 운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 학교는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두발·복장의 자유를 학칙에 담을 경우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일부 사립학교는 종교의 자유 등의 규정이 건학이념에 반한다고 반발해 왔다.
교과부 관계자는 28일 “그동안 교육감이 일선 학교의 학칙 개정을 거부한 적은 없어 형식적으로 운영돼 오던 지도·감독기관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한 것”이라며 “학교에서는 학교구성원의 의견과 학교의 특수성을 반영해 자유롭게 학칙을 제정·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학생인권조례를 반영한 학칙을 만드느냐 마느냐는 학내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학칙을 만드는 학교장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두발, 간접체벌 등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할 수 있는 조항은 학교자율권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교과부의 다른 관계자는 “조례 중 두발자유나 간접체벌 금지 등은 교육감이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지난 21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두발·복장에 관한 사항, 소지품 검사, 전자기기 사용 등을 학칙에 기재해야 하는 항목에 포함토록 했다. 이는 학교장이 두발·복장 제한처럼 학생인권조례에 위반되는 조항을 학칙에 넣어도 교육감의 인가권이 없어져 제재할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는 선언적 의미만 갖게 되는 것이다.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학교장은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현행법에는 ‘학교장은 지도·감독기관(공·사립학교는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학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교과부는 다음달 시행령 개정안의 의미 등을 일선 학교에서 쉽게 알 수 있도록 ‘학생생활규칙 운영 매뉴얼’을 배포키로 했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