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산부 폭행 논란과 SNS 윤리

입력 2012-02-28 18:10

임산부 폭행 논란으로 유명해진 채선당은 2001년 의정부에서 출발해 11년 만에 전국에 270여 체인점을 가진 샤브샤브 전문 음식점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까지 진출해 음식한류를 꿈꾸고 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떠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경찰 발표로 오해를 풀 수 있어 다행이지만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SNS의 융단폭격을 받은 음식점의 모습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단순한 불친절의 대가치고는 가혹한 것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17일 밤이었다. 임신부가 한 인터넷 카페에 “채선당 종업원이 임신 6개월임을 알렸지만 배를 걷어찼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이 음식점에서 불친절을 경험했다는 유명 가수의 글이 SNS에 합쳐지자 채선당은 순식간에 악덕기업으로 낙인 찍혔고, 해당 점포는 문을 닫았다. 영업점별로 최고 50%까지 손님이 줄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인터넷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음식을 주문하고 계산하는 과정에서 밀고 당기는 충돌이 있었지만 임신부의 배를 걷어찬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경찰 발표 이후에도 이 부분에 대한 양측의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인터넷과 SNS 윤리의 부재다. 임산부라고 말했는 데도 배를 걷어찼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면밀한 사실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명한 요식업소 종업원이 고객의 신체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가격하는 일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서는 집단최면이 걸린 것처럼 무차별적으로 사이버 테러를 감행했다. 자극적인 먹잇감이 주어지자 이성적 기능이 마비되고 말았다. 잘 쓰면 더없이 좋은 칼을 남을 해치는 데 쓴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마녀사냥을 일삼는 네티즌들은 이제 좀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