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태정] 가슴 설레는 일
입력 2012-02-28 18:13
요즘은 직장인들에게 긴장의 시기다. 기존의 사업이나 조직의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 아래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끝없는 경쟁과 평가 속에 놓인 직장인들이 전공이나 경력과 무관하게 엉뚱한 직무에 떨어지는 등 탁구공처럼 휘둘려지는 신세에 놓일 때 겪는 불쾌감이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도 덩달아 내가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또는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다. 그러나 고민 자체가 해법이 될 수는 없는 일. 지나가던 서점에서 한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내가 하는 일, 가슴 설레는 일’이다. 디즈니랜드 야간 청소부였던 가마타 히로시가 CEO로 성공한 실화가 글의 바탕이다.
제목부터 멋지다. 현업이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의 간절한 기원을 대변한다. 몇 년 전 미국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 실패를 딛고 자신의 꿈을 담아 성공한 창립자 월트 디즈니의 이상과 인생에 감동하고, 순수했던 어릴 적 동심으로 인도한 환상적인 공간에 반한 기억이 있다.
지은이가 한평생 벗어날 수 없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나 또한 이 이야기를 통해 삶이 행복해지는 마법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졌다. 첫 페이지는 폴 부르제의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로 시작된다. 언제 보아도 살벌한 문구!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내가 아닌, 스스로의 설계에 의해 차곡차곡 쌓아 만들어가되 현재에 충실해야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새긴다.
그에게 디즈니랜드에서 청소하는 일은 남들에게 숨기거나 부끄러워 해야하는 직업이 아니라 오히려 고객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엔터테이너로 받아들였다. 일이란 편할수록 좋다느니, 담당 외의 일을 하는 건 손해라느니 하는 수많은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르침을 청소 일을 하면서 배웠다고 한다.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일의 종류가 아니라 일의 가치에 대한 스스로의 태도인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가슴 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믿음을 공유하면 못 넘는 일은 없다’ ‘꿈꾸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꿈꾸게 할 수 없다’ ‘무슨 일이든 쉽게 한계를 짓지 말고 끈기 있게 시도하면 이뤄낼 수 있다’ 등의 메시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젊은이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기에 좋은 말이다. 자기계발서는 이처럼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상기할 수 있도록 채찍질한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계획을 세우고 결정에 이르는 데 두려움이나 한계를 두지 말고 움직여야할 계절이다. 우리의 끊임없는 불안을 잠재우는 것은 오로지 준비하고 노력하는 행위에서 온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이는 바로 자신이다. 성장하는 자신을 찾고, 일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은 매일 매일 설렐 수밖에 없다. 당신은 지금 설레는가?
안태정 문화역서울284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