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법안 엇갈린 신세… ‘저축銀 특별법’ 법사위서 불발-카드 수수료율 법안 국회 통과

입력 2012-02-27 21:38

국회 본회의에서 27일 통과가 예정됐던 경제관련 법안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과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이었다.

모두 포퓰리즘을 배경으로 한 법안이어서 통과여부에 따라 사회·경제적 파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두 법안은 이날 희비가 엇갈렸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여신전문금융업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신용카드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금융위가 카드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책정해 업계에 강제 적용하는 게 가능해지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카드사는 영업정지나 허가등록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즉 정부가 카드수수료율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 법안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며 정부조차도 반대했었다. 애초 금융위는 정무위와 법사위에서 개정안을 심의할 당시 김석동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논란이 되는 조항의 삭제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문제가 되는 조항이 수정되지 않고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카드사는 즉각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뜻을 비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개정안이 카드사와 가맹점이 갖는 계약체결권의 핵심사항을 제한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카드사의)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 고객에 대한 형평성 및 도덕적 해이 논란을 야기한 저축은행 특별법은 국회 법사위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지난 9일 정무위를 통과한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안을 심사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법사위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법안심사소위를 구성해 법안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통과가 무산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회 안팎의 반대여론에 여야가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경제계 수장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내용의 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들 경제수장은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지만 그동안 청문회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면서 경제논리보다는 청와대 입김에 휘둘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이들에 대한 낙하산 논란 및 자격 적절성과 관련된 시장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5월 말부터 물리력을 행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활동을 방해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해지고, 담합 등 불공정행위의 처분시효가 최장 12년까지 늘어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도 통과됐다.

또 폭언·폭행, 현장진입 지연·저지 등 조사방해 행위는 3년 이하 징역, 2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규정을 강화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