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號 새 선장에 김정태 은행장 내정… 무기는 카리스마·디테일, ‘빅3와 정면승부’ 펼친다

입력 2012-02-27 19:34


하나금융지주 호(號) 새 선장에 김정태(60·사진) 하나은행장이 내정됐다. 하나금융지주는 27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김 행장을 2대 회장으로 선정하고 이사회에 추천했다. 회추위 관계자는 “기업가 정신, 영업경쟁력, 친화력 등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김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만장일치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다음 달 7일 이사회와 23일 주총을 거쳐 회장에 공식 선임된다.

김 회장 내정자는 메가뱅크(하나·외환)의 조화와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 김승유 회장과는 자리의 무게가 다르다. 그동안 하나은행 단독 체제에서는 틈새시장과 차별화만으로 생존이 가능했다면 앞으로는 신한, 국민, 우리 등 기존의 빅3 금융지주와 정면으로 승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회추위는 이런 점을 감안, 영업경쟁력을 강화시킬 적임자로 김 행장을 선택한 것이다. 무엇보다 김 행장이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통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하나은행은 2011년 전년 대비 2034억원 늘어난 1조2118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5년 전 기록(1조458억원)을 갈아 치웠다. 회추위가 김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한 이유로 ‘기업가 정신’을 높게 꼽은 사실도 이런 실적을 근거로 한다. 영업경쟁력을 강화시키지 않고서는 무한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김 내정자는 하나은행 부행장 겸 가계금융그룹 총괄 대표, 하나금융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거쳤다. 은행과 증권을 두루 경험했고 은행장에 선임돼 대과 없이 역할을 수행, 연임에 성공함으로써 일찌감치 포스트 김승유 후보로 꼽혀왔다.

김 내정자는 영업에서 닦은 ‘소통’ 능력을 조직관리에서도 발휘해 친화력이 뛰어나다. 형식과 절차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스타일은 후발 은행 리더로서는 장점이다. 차기 회장으로서 갖춰야 할 제1 조건인 영업경쟁력 강화 및 조직관리 능력을 검증받은 셈이다. 투 뱅크 체제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카리스마와 디테일을 모두 갖췄다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 평가다. 김 내정자는 “하나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헬퍼(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성공한 회장이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단독은행 체제의 행장과 복수은행 체제의 회장은 그 무게와 역할이 다르다. 또 향후 5년간 경영과 조직관리, 임금체계를 독립적으로 유지하는 상태에서 투 뱅크 체제로는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 메가뱅크로서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결합이 이뤄져야 하는데 독립적 투 뱅크 체제로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현동 기자 hd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