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관얼다이 횡포’… 중국 지방 고위관리의 10대 자녀 구애 거절한 여고생에 화상테러
입력 2012-02-27 19:13
중국에서 한 지방관리 아들이 구애를 거절한 여고생에게 끔찍한 테러를 가한 사건이 발생, 부모 권세를 믿고 횡포를 일삼는 ‘관얼다이(官二代·관리의 자녀를 비판적으로 부르는 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27일 경화시보(京華時報) 등 중국 언론 매체에 따르면 작년 9월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에서 타오루쿤(陶汝坤·17)이 동갑내기 여고생 저우옌(周岩)의 얼굴에 라이터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일주일 동안 사경을 헤매던 저우옌은 생명은 건졌지만 얼굴과 목, 가슴에 회복할 수 없는 심한 화상을 입었다. 저우옌을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던 타오루쿤은 “고등학교 졸업까지 다른 남자를 만나지 말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테러를 자행했다고 피해자 가족들이 전했다.
가해자는 공안에 구속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안후이성 수도인 허페이시의 처장급 간부로 알려졌다.
저우옌의 가족들은 가해자 부모가 반성은커녕 아들에 유리한 내용의 진술서에 서명해주지 않으면 치료비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등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사건 소식은 피해자 가족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리면서 최근에야 중국 전역에 퍼졌다.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이 수개월 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가해자가 아직 재판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잊을 만하면 관얼다이들의 횡포 사건이 터져 나온다.
2010년 허베이성에서는 한 지방 공안국장의 20대 아들이 음주 운전으로 여대생을 치여 숨지게 하고 현장에서 붙잡힌 후 적반하장 격으로 “내 아버지가 (공안국장) 리강이야”라고 외쳐 서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