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간 출구전략 ‘먹구름’… ‘코란 소각’ 사과·자제 성명도 무위, 시위·테러 갈수록 격화
입력 2012-02-27 19:13
아프가니스탄 코란 소각 사건으로 재점화된 반미 감정이 미군에 대한 대대적인 연쇄 테러보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아프간 전쟁 출구전략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아프간 카불 인근 바그람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기지에서 발생한 미군의 코란 소각 사건이 발생한 지 27일로 일주일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사과와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시위자제 촉구 성명에도 불구하고 아프간인들의 미군에 대한 항의시위와 테러는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지난 25일 고문관으로 근무하던 미군 장교 2명이 아프간 내무부 청사에서 아프간인 경찰에 사살된 데 이어 26일엔 북부 쿤드스 지역에서 아프간 시위대의 수류탄 공격으로 미군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했다. 또 27일엔 나토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부 잘랄라바드 국제공항에서 탈레반의 자살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9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 자살폭탄 공격자들은 이날 아침 일찍 민용 및 군용으로 쓰이고 있는 이 공항 정문으로 차량을 몰고 가 강력한 폭발물을 터뜨렸다. 나토는 다국적군의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태가 악화되자 영국, 프랑스는 미국에 이어 26일 아프간 당국의 청사들에 있는 직원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앨런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재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유혈사태와 미군 피살사건에 대해 논의했다. 아프간 국방장관과 내무장관은 보복테러가 확산되자 당초 다음 달 초 계획했던 미국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이들은 리언 패네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었다.
코란 소각사건이 가져온 이 같은 일련의 후폭풍은 미군의 아프간 출구전략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음을 의미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27일 분석했다.
미국은 오는 2014년 말 미군의 완전철수에 대비, 아프간 보안군이 치안을 주도하도록 돕기 위해 현지 정부부처 여러 곳에 고문들을 배치해왔다. 그런데 아프간 내무부 청사에서 발생한 고문장교 사살과 이에 따른 철수조치는 이런 계획에 차질을 줄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양측간 불신이 심화된 상태에서 미군 주도의 보안업무를 아프간군에 순조롭게 이양하기가 어렵다는 것. 임시철수시킨 인력을 다시 복귀시킨다 해도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보복위협은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 더욱이 미군에 보복을 가한 아프간인들은 저항세력인 탈레반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보안업무 이양 차질을 우려해 미군 주둔 기간을 연장할 경우 10년 이상 끌어온 전쟁에 염증을 느낀 미국민들의 여론이 워낙 큰 터여서 미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