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드 총리 승부수 통했다… 호주 집권 노동당 대표 신임투표서 러드에 압승
입력 2012-02-27 19:14
그녀의 승부수가 통했다. 호주 총리 겸 노동당 대표직에 강한 도전을 받아온 줄리아 길라드(51) 총리가 상황을 정면 돌파해 재신임에 성공했다.
길라드 총리가 집권 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 재신임에 성공했다고 CNN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길라드는 이날 오전 10시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실시된 비밀투표에서 전임자인 케빈 러드(55) 외교통상부 장관을 71대 31의 큰 표차로 눌렀다. 이로써 길라드 총리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온 리더십 문제에 대한 의혹을 잠재우고 내년 총선 때까지 노동당을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선은 최근 러드 장관이 “총리의 신임이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사임 의사를 밝히자 길라드 총리가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여 신임투표 실시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러드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야당연합에 승리를 거두려면 대국민 지지도가 높은 자신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노동당 의원들을 설득했으나 과반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길라드 총리는 경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동료 의원들에게 받은 압도적 지지로 정치드라마는 막을 내렸다”며 “(이번 경선 결과를 계기로) 단합된 우리 노동당은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드 장관은 “이번 경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승리를 거둔 길라드 총리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내년 총선에서 길라드가 총리로 재선출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정가에서는 다음달로 예정된 퀸즐랜드주 주 총리 선거에서 노동당이 참패하고 길라드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날 경우 러드가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길라드 총리는 비록 이번 경선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집권당 내부의 분열과 반목을 잠재우고 노동당의 지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한편 이날 경선에는 투표권을 가진 총 103명의 노동당 의원 중 최근 출산을 한 여성 의원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