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출신 브로커가 주범… 승부조작, 대부분 고향이나 팀 선후배 관계
입력 2012-02-27 19:12
검찰이 수사 중인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에서 선수 출신 브로커들이 승부조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대구지검 등에 따르면 브로커 강모(29)씨와 프로야구 LG 소속 박모(26)·김모(23) 선수를 연결해준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으로 지난 25일 구속된 브로커 김모(26)씨는 대학야구 선수 출신으로 LG 김 선수의 고향인 제주의 고교 선배다. 김씨는 선후배 관계를 이용해 김 선수 등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4∼5월 박·김 선수와 함께 4차례 ‘첫 회 포볼’을 내도록 조작했다. 이들은 대여섯 차례 경기조작을 시도했으나 일부는 실패했고, 한 차례에 300만원이 오고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프로배구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직 배구선수 염모(30)씨 역시 선후배 관계를 이용했다. 2009-2010 프로배구 리그에서 선수로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염씨는 은퇴 후 2010-2011 시즌에 후배 선수들을 포섭했다. 그는 후배들을 승부조작에 가담시키고 이 정보를 이용해 베팅까지 하는 등 실질적으로 브로커 역할을 했다.
지난해 불거진 프로축구 승부조작 때도 마찬가지다.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구속됐던 선수 출신 브로커 김모(25)씨가 같은 팀 선수들을 포섭하는 등 승부조작에 선수 출신 브로커가 다수 연루됐다.
이처럼 선수 출신 브로커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은 뿌리 깊게 박힌 엄격한 선후배 관계 때문이라는 것이 스포츠계의 설명이다. 선배가 승부조작 제의를 하면 후배 선수는 이를 뿌리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브로커 김씨가 야구계 인맥을 활용해 다른 선수들에게 경기조작 제의를 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