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J가 소송배후”… CJ “로펌이 기획소송”… 진실은?
입력 2012-02-27 23:47
삼성과 CJ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겉으로는 서로 확전을 자제하는 모양새지만 물밑에서는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재산상속분 청구소송을 낸 것에 대해 삼성은 배후에 CJ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인 CJ 이재현 회장에 대한 삼성물산 직원의 미행 사건은 삼성의 반격으로 CJ는 확신하고 있다.
삼성은 소송 직전 CJ 법무담당 직원이 이번 소송을 낸 법무법인 화우의 변호사와 함께 베이징을 방문한 것이 CJ가 이번 소송의 배후에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CJ 측은 27일 이관훈 CJ 대표 등 그룹 고위 관계자들이 소송 제기 이후 세 차례나 중국 베이징을 방문, 이 전 회장을 만나 원만한 소송해결을 위해 설득했다고 반박했다. 삼성이 지목한 법무담당 직원도 삼성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CJ는 지난해 6월 이건희 회장 측으로부터 ‘상속재산분할 관련 소명’ 문서와 일주일 후 “삼성생명 차명주식 등이 이건희 회장의 소유로 법적으로 끝났다”는 법률 의견서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자체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했고 이를 의뢰받은 화우는 충분히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CJ 최고경영진은 “그룹이 나설 일이 아니다”고 결론짓고 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CJ 측 설명이다. 이후 화우가 주도적으로 이 전 회장을 찾아가 소송을 준비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법무법인이 독자적으로 소송을 준비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삼성의 시각이다. CJ 측이 삼성과의 거래관계 등을 고려해 그룹은 뒤로 빠지고 이 전 회장을 내세워 민사소송으로 몰고 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미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엔 CJ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CJ에 타격을 가해 이맹희 전 회장이 소송을 취하하도록 압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재계 1위인 삼성이 CJ와의 거래를 끊겠다고 위협하면 CJ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CJ 관계자는 “사건의 본질은 민사소송이고 소송 취하를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CJ는 이맹희 전 회장이 소송을 한 사실을 몰랐다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라며 “CJ 법무담당 직원이 소송 전에 베이징을 방문한 것만 봐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