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8-8’ 드라마… ‘8타 줄여-8차 연장승리’ PGA 루키 존 허 첫 챔프

입력 2012-02-27 18:59

신인으로 생애 첫 PGA 투어 대회 우승을 차지한 재미동포 존 허(22·사진)의 우승 순간은 그의 짧지 않은 인생 역정만큼이나 드라마틱했다.

26일(현지시간) 멕시코 리비에라 마야의 엘 카멜레온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마야코바 클래식(총상금 370만 달러) 마지막 4라운드에 돌입할 때 아무도 그의 우승을 예견하는 사람은 없었다. 3라운드까지 그는 선두에 7타 뒤진 공동 13위였다. 이 정도의 타수가 역전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갓 PGA무대에 입문한 그에게는 꿈같은 얘기였다.

그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 6개와 이글 1개로 무려 8타를 줄여 데일리베스트인 8언더파 63타를 쳤다. 하지만 뒤따라오던 로버트 앨런비(41·호주) 역시 버디 8개를 기록하며 존 허에 2타차로 앞서 있어 우승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앨런비가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 거짓말처럼 존 허와 공동선두로 내려앉았다.

18번홀(파4)과 10번홀(파3)을 번갈아 가며 친 연장전은 두 선수가 파 행진을 하면서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무려 여덟 번째 만인 10번홀에서 앨런비는 보기에 그친 반면 존 허는 티샷이 홀 11.5m 거리의 러프에 빠졌으나 홀 80㎝에 붙여 침착하게 파를 잡아 기나긴 연장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덟 번째 홀 연장전’은 투어 사상 두 번째로 긴 연장전이었다. 최장 기록은 11차 연장이다.

존 허는 “연장에 들어가면서 무척 긴장이 됐다.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우승 순간을 술회했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대회와 겹쳐 상위랭커들이 빠진 B급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존 허는 올 시즌 루키로서는 처음 우승컵을 안은 선수가 됐다.

5개 대회 만에 시즌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한 그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 대회 챔피언에게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출전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세계 랭킹 267위인 존 허가 마스터스에 나가려면 올해 마스터스 전까지 PGA 투어 대회에서 또 우승하거나 세계 랭킹을 50위 안쪽으로 올려야 한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