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고칠 수 없다면 익숙해져라… 성인 10명 중 6명이 증상 경험
입력 2012-02-27 19:42
성인 10명 중 6명이 ‘이명’ 증상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명은 ‘귀울림’과 같은 말로, 몸 밖에 음원(音源)이 없는데도 귓속에서 잡음이 들리는 병적 상태를 말한다.
마포소리청한의원(원장 변재석)은 최근 성인남녀 260명을 대상으로 이명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58%가 이명 증상을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27일 밝혔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이명 때문에 병원 상담 또는 치료를 받은 사람은 고작 11%에 불과했다.
보통 이명은 최초 발병 후 늦어도 6개월 안에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를 무시하면 이명 증상이 한쪽 귀만이 아니라 양쪽 귀로 모두 진행될 뿐 아니라 감각신경장애를 초래해 청력이 떨어질 우려가 높아진다.
◇청각계 이상 아닌 경우도 많아=이명은 발생 원인에 따라 청각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이명과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청각계에서 발생되는 이명은 귀울림 원인 질환에 따라 소리의 성질도 다르게 나타난다. 한 예로 외이도의 귀지 및 이물, 외상성 고막 천공 등에 의한 이명은 간헐적으로 생기고, 급성 중이염이 원인일 경우엔 박동성 이명으로 나타난다. 이때의 이명은 소리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반면 소음성 난청이나 노인성 난청, 돌발성 난청, 이독성 난청, 외상성 난청, 메니에르 질환, 이경화증 등과 같이 심한 난청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고음의 이명이 나타난다. 내이 쪽, 즉 청신경이 있는 곳에 종양이 생겼을 때도 이명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대부분 종양이 생긴 쪽으로만 이명이 들리는 일측성을 보인다.
이밖에 청각계가 정상 상태인데도 이명이 발생할 수 있다.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혈관기형, 혈관성 종양, 빈혈, 갑상선 질환, 당뇨와 근육경련, 턱관절이나 목뼈 이상 등 혈액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 있을 때 이명이 생기기도 한다.
이명 소리의 높낮이는 개인차가 있어 다양하다. 낮은 음에서 ‘위잉’ 하고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높은 음에서 깩깩거리는 소리나 흐느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이 때문에 짜증이 날 수 있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김희남 박사는 “어느 경우든 이명이 생기면 서둘러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대응이 늦을수록 치료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난청을 합병할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소음에 익숙해지는 것도 치료의 한 방법=약을 써도 잘 낫지 않을 때는 이명과 더불어 사는 법을 익히는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이명을 일반적인 소음으로 익숙하게 받아들이도록 훈련하는 치료법이다. 마치 보일러나 냉장고 소리와 같은 생활 소음처럼 습관화시켜 이명에 따른 괴로움을 없애는 것이다.
첫 단계는 정확한 검사로 이명의 원인이 청신경 손상이나 뇌종양 등이 아니라는 점을 환자에게 인식시키는 과정이다. 이명 환자는 대개 이명이 중대 질병과 관련돼 있다는 생각에 소리에 점점 더 예민해지기 쉬운데, 이 점을 정확하게 인식함으로써 치료의 첫 단추를 꿴다.
두 번째 단계는 상담을 통해 불필요한 소리까지 인식하게 만드는 대뇌 여과기능의 문제에 대해 인식시키고 치료계획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에서는 소리발생기를 이용해 치료한다. 환자가 느끼는 동일한 주파수와 동일한 크기의 잡음(소음)을 음악과 합성해 하루 2시간 정도 듣게 한다. 환자가 소음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도록 재활치료 초기에는 음악과 소리를 함께 발생시키고 차차 소음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음주 흡연 삼가고 스트레스 피해야=이명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큰소리와 잡음에 노출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같은 이치로 외부와 차단돼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기 쉬운 조용한 환경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또 혈액순환 개선을 위해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소금 섭취도 피한다. 커피, 차, 콜라, 담배 등과 같이 자극적인 식품 섭취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과음이나 폭음은 혈관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이명이 있을 땐 절대 삼가야 한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장선오 교수는 “이명 환자들은 무엇보다 귓가를 맴도는 잡음 때문에 예민해지지 않도록 그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사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긍정적인 사고와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도 이명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