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천 내홍] 이재오 공천 朴心도 작용?
입력 2012-02-27 18:59
새누리당 박근혜(얼굴)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정체성 공천 또는 코드 공천이라고 한다면 새누리당은 도덕성 공천, 일꾼 공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의 1차 공천 명단이 무난히 통과될 것이란 낙관적 기대를 했던 것 같다. ‘도덕성과 일꾼’이란 잣대에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에 대한 공천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란 기대가 당내에서 섞여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의미심장한 듯한 언급은 금세 묻히고 말았다. 이 의원 공천을 둘러싸고 비대위와 공천위 간 살벌한 핑퐁식 싸움이 기다렸다는 듯 터지면서 박 위원장의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4년 전인 18대 총선에서 측근들이 대거 탈락하는 ‘친박 공천 학살’의 악몽을 겪었을 때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반발했던 터였다. 그의 뇌리 속에선 이 의원이 공천 탈락에 반발하면서 탈당하는 상황과 4년 전 친박 연대가 오버랩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재오 논쟁은 7시간 만에 공천위가 재의결하면서 일단락됐다. 여기에 박 위원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은 처음부터 이 의원의 공천을 ‘비토’하지 않았다는 게 다수 친박계 의원들의 전언이다. 한 의원은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당이 분열되지 않고 일치단결해 대비하는 게 중요하고 나도 이 의원에 대한 공천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비대위원들이 너무 민감하게들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는 시도하되 대통령 탈당이나 ‘물갈이’로 표현되는 인위적 인적 쇄신에 부정적이던 박 위원장의 발언들을 상기시키고 있다. 다른 친박 인사는 “일각에서 박 위원장이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식으로 보는데 이것은 정말 아니다”라고 강력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박 위원장이 “공천 작업은 (용의) 마지막 눈을 그려 넣는 화룡점정”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이라고 표현했던 쇄신의지가 후퇴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 의원과 다른 친이계 공천은 다를 것이란 얘기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