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0m 안나푸르나 전진기지 등정 시각장애인 송경태씨 “나와의 싸움서 이기고 싶었다”

입력 2012-02-27 19:29

“장애인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겠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었습니다.”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극한 사막 마라톤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1급 시각장애인이 이번에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전진기지 등반에 성공했다.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 송경태(51)씨가 그 주인공.

송 관장은 지난 14일 한국산악회 전북지부 김유성 구조대장 등 2명과 함께 출국했다. 16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전진기지(4130m) 등반에 나선 지 4박5일 만에 고지를 두발로 넘었다. 그는 지난 25일 무사히 귀국했다.

안나푸르나 정상(8091m)은 전문가조차 등정하기 힘든 곳이다. 안나푸르나는 산세가 험난한 데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돌변하는 기상과 수시로 눈사태가 발생해 가장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로 꼽힌다.

이미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사하라(250㎞)·고비(250㎞)·아타카마(750㎞) 사막과, 남극마라톤(250㎞) 등 4대 극한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송 관장이다.

그는 2년간 지리산과 모악산 등지에서 이를 악물고 땀을 흘렸다. 매일같이 30분 이상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 하체근력 강화훈련 등 기초체력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폭적인 지원을 한 가족과 자신을 묵묵히 지켜보는 수많은 장애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송 관장은 1982년 군 복무 중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의 시력을 잃은 절망적인 상황을 겪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을 주고자 사회복지학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에 다시 들어갔다. 대학 졸업 후 사회복지사, 점자주간지 기자로 일했다. 그는 2000년 전주에 시각장애인도서관을 열고 점자판 전국여행 가이드북, 아동문학 전집, 촉각점자 동화전집 등을 발간하는 등 장애인 권익에 힘쓰고 있다. 그는 내친김에 2년 후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00여m) 정상 등정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 관장은 27일 “장애인으로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또 다른 세상에 대한 희망을 얻는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전주=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