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배당잔치에 외국인 주주 1조7000억원 ‘꿀꺽’… 국부유출 논란

입력 2012-02-27 18:53


은행권의 외국인주주에 대한 고배당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4대 금융지주회사와 외환·스탠다드차타드(SC)·씨티은행을 포함한 7개 금융회사에서 올해 외국인이 받는 배당금 지급총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국부유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지주, KB금융, 우리금융(우리은행 기준),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올해 총 1조4591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이는 지난해 지급액 9754억원보다 49.6%나 급증한 것이다.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외환·SC·씨티은행의 배당금 지급액도 1조3037억원으로 전년보다 30.4% 늘었다.

4대 금융지주사 중 외국인지분율은 우리금융(20.9%)을 빼면 모두 60%를 웃돌아 배당금 지급액이 늘면 외국인 몫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외환·SC·씨티은행을 포함한 7대 금융사 외국인지분율은 68.4%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올해 7대 금융회사 외국인주주 배당금 총액은 1조722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1조2994억원보다 32.5%나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금융회사의 외국인지분율이 높은 탓에 배당금 총액이 늘면 외국인이 가장 큰 혜택을 입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일찍부터 고배당 자제를 촉구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해 8월 금융지주사 간담회에서 “금융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이고, 2013년부터 금융지주사에도 적용되는 ‘바젤Ⅲ’ 기준에 맞추려면 배당보다 자기자본 확충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실제로 올해 7대 금융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29.3%로 지난해 37.8%보다 8.5% 포인트 낮아졌다.

문제는 배당성향이 낮아졌음에도 금융회사들의 순익이 증가한 덕분에 배당금 총액은 늘고 그에 상응한 외국인 배당금 지급액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작년 미국 ‘월가 시위(Occupy Wall Street)’를 계기로 고배당을 경계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이는 은행권을 제외한 일반기업에서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줄어든 것과 정반대 경향이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246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올해 배당금 총액은 8조8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했고 외국인주주에 대한 배당금도 전년보다 10.6% 줄어든 3조229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외국인 배당금 지급액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의 배당성향이 종전보다 낮아졌다고 해도 적절한 수준인지가 먼저 거론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막연하게 고배당 자제를 촉구할 게 아니라 외국의 사례를 충분히 감안하고 이를 국내에서도 공유토록 하면서 배당성향이 적절한지 여부를 따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