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한파·전셋값 급등에 출생아수 4개월 연속 줄었다
입력 2012-02-27 21:46
경기악화 등으로 지난해 12월 서울지역 출생아 수가 통계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출생아 수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남아선호사상이 퇴색하면서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혼 건수는 14년 만에 가장 적었다.
통계청은 ‘2011년 12월 인구동향’에서 출생아 수는 3만4100명으로 2009년 12월(3만3600명) 이후 2년 만에 가장 적었다고 27일 밝혔다. 월별로는 4개월 연속 출생아 수가 줄었다. 특히 유독 서울 출생아 수의 감소폭이 컸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는 6600명으로 통계청 인구동향의 월별 통계가 작성된 2004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산 감소 추세를 보면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는 경제적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2010년 하반기와 지난해 초 서울지역 혼인 건수가 많았음에도 출생아 수가 적은 것은 경제문제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부모가 아이를 가지려고 결심한 2010년 말과 지난해 초 소비자 경기심리가 얼어붙었다”며 “특히 서울의 경우 전셋값이 급등하는 등 서민가계상황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지수를 보면 서울지역의 ‘향후 경기전망지수’가 2011년 1월부터 기준치인 100 이하를 밑돌았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향후 경기가 현재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의 경제기대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2010년 11월 이후 2011년 3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했다. 또 부동산업체인 ‘부동산114’ 조사결과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년도 말 대비 평균 10.37%나 올랐다. 체감경기와 서민주거환경이 악화되면서 서울 사람들이 아이 낳기를 꺼렸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내내 소비심리가 악화된 점에 비춰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출생아 수가 당분간 추세적 감소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연간으로는 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전년보다 1200명(0.3%) 늘어난 47만1400명으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출생성비는 105.7로 통계 데이터베이스로 확인할 수 있는 1983년 이래 가장 낮았다. 종전 최저치는 2007년의 106.2다. 통상 103∼107이면 정상적인 성비로 본다. 한때 140을 넘던 셋째 아이 성비도 109.5로 110선 아래로 떨어졌다. 남아선호사상이 퇴색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이혼은 전년보다 2.2% 줄어든 11만4300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1997년(9만1200건) 이래 가장 적었다.
이혼 감소는 부부가 홧김에 이혼하는 것을 줄이려고 2008년 6월부터 시행된 ‘이혼숙려기간제’ 효과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지난해 결혼 건수는 전년보다 0.9% 늘어난 32만9100건으로 4년 만에 최고치였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