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수방랑기(32) - 박살난 교회, 작살난 예수

입력 2012-02-27 15:59

박살난 교회, 작살난 예수

사울이라는 청년이 다마스커스로 떠난다는 계획을 듣고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가기로 작정했습니다. 일행은 다섯 명, 임무는 그 도시로 피난 간 그리스도인들을 체포하여 예루살렘으로 압송하는 일이었습니다. 대제사장이 발급한 체포영장을 몸에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말을 타고 떠난 그들 일행이 헬몬산을 옆으로 돌아 다마스커스 가까이 이르게 되었습니다. 사울이 뒤따르는 일행들을 향하여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습니다.

“예수 믿는 놈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씨를 말려버려. 일망타진, 발본색원 바로 그거야.”

물론 사울 일행은 나 예수가 그들 사이에 있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때는 정오, 다마스커스 성채가 드디어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가 결정의 순간이었습니다. 나 예수는 맑은 하늘 밝은 태양보다도 더 밝은 빛을 그들에게 비추었습니다. 특히 사울이라는 청년이 표적이었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나 예수는 그의 이름을 두 번 불렀습니다. 마치 하늘 아버님께서 모세의 이름을 두 번 불러 애굽탈출의 큰 사명을 주실 때와 같았습니다.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주님, 누구이신데 제가 박해했다고 하십니까? 제가 박해했다면 예루살렘교회를 갈기갈기 찢어 놓은 것뿐인데요.”

사울은 아직도 당당하고, 뻣뻣하고, 도전적 태도였습니다.

“그렇지. 네가 예루살렘교회를 박살냈지. 그런데 그게 바로 나 예수의 몸을 작살냈다는 걸 정말 몰랐느냐? 교회는 어느 것이나 생살을 찢고 뜨거운 생명의 피를 쏟아 부어 설립한 나의 몸이니라.”

“.............”

“게다가, 교회를 부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부수는 것이니라. 네 눈이 멀었을 때 무엇을 느꼈느냐? 가시채를 뒷발질하기가 고생스럽지 않더냐.”

사실 나 예수는 일찍부터 사울이라는 청년을 주목해 보았습니다. 쓸 만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나의 이름을 증오한 나머지 예루살렘교회를 파괴하는 일에 앞장서서 날뛰었습니다. 특히 대표적 지도자 스데반을 돌로 쳐 죽였습니다.

나 예수는 다마스커스교회의 신실한 제자 아나니아에게 사울을 상담하는 일을 맡겼습니다. 이방인들과 왕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나 예수의 이름을 전파하는 사명을 주었다는 비밀도 밝혔고, 하나님 나라를 이 땅 위에 건설하는 숭엄한 사명은 바로 교회설립이라는 점도 명백히 했습니다.

며칠 뒤 아나니아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청년 사울이 목숨 걸고 내 가르침 그대로 순종하겠다는 결단을 했답니다. 교회 파괴범은 바로 예수님 살해범이라는 걸 깨닫고 그가 며칠 간이나 통곡을 했답니다. 하나님의 교회를 심히 박해하고 박멸했다는 죄와 스데반을 죽인 죄도 낱낱이 고백했고, 특히 다시 살아나신 주님을 만난 까닭에 예수님이 바로 메시아이신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주님, 안심하시고 그를 교회 건설회사 현장감독으로 꼭 임명해 주십시오.”

아나니아의 간곡한 요청이었습니다.

사울은 이름도 바울로 바꾸고 교회건설 현장감독으로 충성을 다했고, 가는 곳마다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로마 감옥에서 목이 잘려 죽을 때까지.

이정근 목사 (원수사랑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