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코란소각 사과’ 논란 증폭… 아프간 미군 3명 또 피살

입력 2012-02-26 23:54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코란(이슬람 경전) 소각 사건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이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이 잇따라 피살되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3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코란 소각이 “종교 관련 자료들이 의도하지 않게 잘못 처리됐다. 고의적인 일이 아니다”고 공식사과했다. 하지만 시위는 누그러들지 않고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대통령이 사과하자 공화당 대선주자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25일(현지시간) “정말 화가 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코란 소각 시위에 참여한 아프간 정부군 병사 1명이 미군 2명을 사살한 사건을 지적하면서, 오히려 아프간 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해왔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국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 사과와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비판으로 코란 소각 사건이 대선 국면과 맞물리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WP는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오바마를 비난하고 나섰지만, 보수진영 내에서는 아프간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아프간 주민과 그들의 종교를 존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 측은 2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의 내무부 청사 안에서 발생한 나토 국제안보지원군(ISAF) 소속 미군 영관급 장교 2명 피살은 코란 소각에 대한 자신들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26일에는 북부 쿤드스 지역에서 시위대가 던진 수류탄에 맞아 미군 1명이 숨졌다. 앞서 지난 23일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 지역에서는 아프간군이 ISAF 소속 미군 2명을 사살했다. 나토군은 미군 피해가 잇따르자 아프간 내무부 청사에서 고문관 인력을 철수시켰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코란 소각 항의시위는 날로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최소 3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